임신 중독증에 걸린 산모. 미국에서 출산하다.
2018년 9월 18일 뉴욕에서,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이른 아침에 첫아들을 품었다.
예정일보다 6주나 빠르게. 40주를 채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에 나온 아이.
"응애" 하고 우는 소리가 그저 반가워 눈물을 흘렸다.
아기는 생각보다도 훨씬 작았고 한 없이 연약해 보였다.
나의 경우, 임신 중독증으로 인해 누군가 위를 쥐어짜는 아픔으로 뜬 눈으로 지새워야 했다.
온몸은 소시지 같이 퉁퉁하게 부어 있었고, 막달이 다 되어가도 산모라는 게 거의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배도 아주 작았다. 뱃속의 아기는 영양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폐 성숙을 위해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이것 덕분에 아기가 자가 호흡을 할 수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꾸려주신 베이비 샤워를 한 직후 다음 날 양수가 터졌고, 그 길로 엠뷸런스를 타고 큰 병원에 옮겨겨가게 됐다. 당시에 나는 "아기가 베이비 샤워 때 받은 선물들을 보고는 기다릴 수 없었나 봐."라는 생각을 하며 엠뷸런스 안에서도 큰 긴장감이나 두려움 없이 나름 즐겁게(?) 그 상황을 즐겼던 것 같다.
의사는 나의 상태를 보고 "몇 주 더 있다가 출산하시겠어요? 아니면 오늘 출산하시겠어요?라는 어려운 선택권을 주었다. 당시에는 왜 그런 어려운 선택을 전문의가 아닌 나에게 선택을 맡기는 건지 어이가 없고 황당했지만 것 또한 미국의 "선택할 자유"에 입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나는 아이를 더 배 속에 품고 있어도 크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여기까지 온 이상 출산을 하여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하여 유도 주사를 맞고 분만을 했다.
진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고통스러워 무통 주사를 맞게 되었고, 그 후로 얼마 가지 않아 골반 밑으로 아이가 내려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확인을 부탁했는데, 담당 간호사는 그렇게 빨리 내려왔을 리가 없다며 조금만 더 참아 보라고 하였다. 내 몸은 이미 아이를 밀어 낼 준비가 되고 있었는데 그걸 참으려고 하다 보니 더욱 힘들어 다시 한번 간호사를 불렀고, 이내 체크를 해 보더니 준비가 됐다며 그때부터는 분주하게 출산 준비가 시작되었다.
마취 선생님을 빼곤 모두 여성 의료진들이 출산을 도와주었고, 힘을 줄 때마다 잘하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 주었다. 아기가 작은 탓에 10분 정도 힘을 주고 출산을 했고, 회음부도 한 땀을 꿰매 회복도 빨랐다.
남편은 지금도 그 날을 회상하며 차라리 내 몸을 위해선 아기가 작았던 것이 다행으로 생각될 정도라고 했지만, 엄마 된 마음으로는 그래도 40주를 꽉 채워 2킬로 이상의 정상아로 태어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기는 저체중이었지만, 다행히 호흡도 스스로 하고 있었고, 모유를 먹는 것에도 별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에 NICU에 있던 다른 아기들처럼 여러 기구들을 주렁주렁 달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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