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라는 색의 감정 으로 연결된 내 손바느질
장마가 시작되는 초여름의 온도를 온전히 느껴본다.
이른 새벽이라는 느낌이 머리로 몸으로 감은 눈에 투영되듯 아른거리며 실낱같은 빛으로 감지될 즈음, 알람시계보다도 정확한 새벽 5시
"비가 내렸었나? 비가 오려나~
침대 머리 위 작은 창문 틈 사이로 촉촉이 물먹은 공기가 나를 깨웠다. 유독 그날 아침은 새들도 분주하듯 재잘재잘 수다를 떨었고 더 이상 안 일어나고 버티는 건 나다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잠시 물 한 잔 마시고 거실과 욕실을 거치는 동안 밝고 환하게 동이 트고 잔뜩 회색빛이겠지 당연히 여겼던 하늘은 눈망울이 터질 듯 쨍한 파랑으로 펼쳐졌다.
"이게 웬일이야 너무 맑아~와~~감탄을 연발하며 혼잣말로 또 호들갑을 떨었다.
돌아보면 나는 늘 날씨와 색에 예민한 사람이었다. 컬러들이 품은 각각의 매력이 나름 다 좋아하지만 유독 날씨가 주는 컬러는 마음까지 영양을 받는 다.
바느질을 할 때 특히 흐리고 칙칙하고 어두운 날씨를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색이 각자의 고유한 감정을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날씨가 주는 색깔에는 더 특별한 힘이 있다.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면, 아무리 밝은 색상의 천을 골라도 왠지 손끝이 무겁고 어색하다.
바느질을 할 때도 햇빛의 양과 하늘색의 농도에 따라 내 손놀림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특히 흐리고 어둑한 날이면 한 땀 한 땀이 더디고 무겁다.
반면 오늘처럼 쾌청하고 청량한 하늘이 창밖에 걸려있을 때면, 마치 바늘 끝에서 밝고 가벼운 춤을 추듯 바느질이 신나게 흘러간다. 내가 좋아하는 색을 자연스럽게 찾아 손이 움직이고, 마음도 따라 웃는다. 실 하나를 선택할 때도 기분 좋은 장난을 치듯, 약간은 튀고 발랄한 색을 골라 들곤 한다.
이 초여름 아침, 하늘은 나에게 뜻밖의 선물을 건넸다. 어쩌면 오늘 하루의 기분이 모두 그 찬란한 푸름에 달려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늘은 마치 오늘 하루를 잘 지내보라고, 이렇게 밝게 웃으며 나를 응원하는 듯했다.
"좋아, 오늘은 뭔가 특별한 색을 꺼내 볼까?"마음은 이미 가벼운 발걸음으로 작업실로 향한다. 손끝도 어느새 이미 하늘색과 닮아 있듯 가볍고
명랑하다. 이런 기분이면 뭘 해도 좋겠다.
나는 손바느질을 하며 고른 색은 마음이 고른 색이었다.색은 감정의 언어라는 말을 나는 오래전에 어디선가 읽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바늘을 쥔 손끝에서 색을 고를 때마다, 나는 그 말이 조금씩 더 이해된다.
어느 날은 잿빛 같은 기분이 들면 차마 검은색 실을 집지 못하고, 희미한 회색으로 둘러 말곤 했다. 또 어느 날은 마음속이 복잡한데도 붉은 천을 꿰매고 있으면, 그 빨강이 내 속마음을 대신 표현해 주는 듯해 왠지 위로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른 색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늘 나를 위해, 지금 이 마음을 위해 고른 색이었다.
그러니 내 작품은, 그날의 감정이 한 줄기씩 실에 스며들어 만든 마음의 조각들이다. 색으로 남긴 내 하루의 기록.
누구는 그걸 퀼트라 부르고, 나는 감정의 바느질이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