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행복을 정의할 수 있을까?
어제부터였을까. 문득 ‘행복’이라는 단어를 오래 사용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불행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분명히 행복하다고 말할 만큼의 확신도 없었다.
요즘 그런 말들을 한다. 딱히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한 거라고, 나는 그저 주어진 하루를 무리 없이 살아내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피곤하면 쉬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생활. 어쩌면 나는 지금의 삶을 인정하며
조용히 받아들이는 단계에 들어선 건지도 모른다.
격렬한 기쁨도, 큰 좌절도 없이 파도가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느낌으로. 한때 나는 행복을 어떤 상태라고 생각했다. 도달해야 하는 지점,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순간, 누군가에게 설명 가능한 결과물 같은 것. 하지만 요즘의 삶은 그런 정의와 조금 거리가 멀다. 행복하냐고 묻는 질문 앞에서 나는 잠시 말을 고르게 된다.
“잘 지내고 있어요.”
그 말이 가장 솔직하다. 가끔은 이 평온함이 행복의 다른 이름은 아닐까 생각해 보면서...
더 바라지 않아도 되는 상태, 욕심을 내려놓는 순간,
지금의 나를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마음.
예전의 나는 늘 다음을 꿈꾸느라 현재를 누리지 못했고 마음은 시간 앞에 조급해지고 더 나아져야 했고, 더 잘 살아야 했고, 막연하지만 행복해져야 했다.
지금은 그 풍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삶에서 배제시켰다기보다 조금씩 느끼기로 한 것이 달라진 것 같다.
행복을 증명하지 않아도 하루는 잘 흘러가고 때론 즐겁고 가끔 고독하다. 물론 틈틈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동안 보이지 않는 내공이 쌓인탓인가 아니면 생각이 없어진 건지. 이렇게 조용히 살아도 괜찮은 건 나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 게 아니라는 결론이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 사이, 그 감각마저 잊어버린 건 아닐까? 묻게 되지만 그런 생각 끝에 나는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지금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로.
어쩌면 행복은 더 이상 나를 흔들지 않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기쁨이 없어서가 아니라, 감정의 진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삶이 조금 더 단단해진 거라고
행복을 매일 느끼지 않아도, 행복을 말하지 않아도
삶은 계속 괜찮을 수 있다. 그래서 오늘 나는
행복을 정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렇게 말해본다.
나는 지금의 삶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조용히 끌어안고 있다는 것. 그것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가장 솔직한 행복의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