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늘 감정이다
며칠 전, 별 기대 없이 신년운세 하나를 보게 됐다.
요즘은 타로도, 운세도 SNS를 넘기다 보면 툭 하고 나타난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가끔은 그런 말들이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묵은 것을 정리하세요.”
그 문장을 본 뒤로부터였을까.
공방 한쪽과 집 안의 풍경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늘 그 자리에 있었던 물건들인데
그날따라 유난히 많아 보였다.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는 건 복잡한 내 공간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었는데 복잡한 서랍만큼 늘 내 생활도 바쁘고 엉켜있는 실타래처럼 정리는 쉽지 않았다.
연말도 되고 특별한 계기는 없었지만
다만 ‘지금이 아닌 것들’이 조금 숨 막혀 보였던 걸까?
하나씩 꺼내놓으며 치우다 보니 잊고 있었던 물건.
필요했던 물건 반갑기도 한 건지 손이 자주 멈췄다.
오래된 물건들.. 추억의 물건들..
집과 공방에는 오래전부터 모아 왔던 물건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나는 빈티지 물건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버리지 못한 물건이 유난히 많다.
시간이 지나 생긴 흠이나 바랜 색 같은 것들이 괜히 마음을 붙잡는다.
그런데 막상 앞에 두고 보니 버려야 할 물건과 간직하고 싶은 물건의 경계가 생각보다 흐릿했다.
어떤 것은 그냥 오래됐고, 어떤 것은 오래된 이유가 있었다. 손에 들었을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물건이 있는가 하면, 괜히 그 시절의 내가 따라 나오는 것도 있었다.
물건을 보는 건데 결국은 나를 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잠깐 고민을 한다. 이걸 버리는 게
정리인지, 아니면 지나온 시간을 너무 쉽게 밀어내는 건지. 이상하게도 아무런 기억이 붙어 있지 않은 물건들은 생각보다 쉽게 정리됐다.
왜 갖고 있었는지조차 떠오르지 않는 것들.
그건 이미 나와의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을지도 모른다.
그날 알게 됐다. 우리가 버리지 못하는 건 대개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남아 있는 감정이라는 걸.
정리는 비우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남겨둘 마음을 고르는 일에 가까웠다.
결국 몇 가지는 다시 자리에 두었고, 몇 가지는 조용히 보내주었다. 모든 게 깔끔해진 건 아니었지만
공간이 조금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여전히 버리지 못한 물건도 있다.
아직은, 나에게 할 말이 남아 있는 것처럼.
아마 다음 정리 때도 나는 또 한 번 망설일 것이다.
그게 꼭 나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물건을 정리하면서 조금씩 나 자신과도 거리를 조절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