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연결된 소리
오랜만에 느끼는 정적에 깊게 몰입됐던 몇 시간 그것도 참 좋았다. 덥지도 습하지도 않은 날 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나무 책상 위 덩그러니 장식처럼 놓여있던 블루투스 라디오에 손을 뻗는다.
버튼을 눌러 톡! "치지직" ~주파수를 맞추어봤다. 마치 먼 기억의 끄트머리를 자극하듯 날까롭고 엉클어진 잡음이 처음엔 거슬려서 이리저리 돌려봤다.
공방 오픈 당시 대학 친구에게 설물로 받은 블루투스. 요즘은 익숙한 유튜브 음악 채널로 대신하지만 가끔 이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그립다.
“여기는 어제와 오늘 사이,
잠시 머물다 가는 마음의 쉼터입니다.”
마음속 그 말 한마디로 오래전 좋아하던 디제이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연신 주파수를 맞춰봤다.
분명하지 않은 음성. 낯선 목소리는 건너뛰고 마침 fm89,1 공방 안 공기가 다르게 느껴졌다. 아는 음악이 흘러나왔고 조용히 흔들리던 커튼, 실밥 하나하나에 깃든 기억들, 그리고 내 손끝에서 멈춰 있던 바느질마저 그 순간엔 잠시 귀를 기울였다.
라디오에선 누군가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새벽에 깨어 한참을 울었다는 중년의 사연. 어느 작은 동네 카페에서 오랜 친구를 기다렸다는 이야기. 그리고,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 '살아 있구나' 하고 느꼈다는, 참 사소하고, 참 진실한 이야기들.
나는 그 사연들 속에서, 마치 오래된 편지를 꺼내 읽듯 나의 지난 마음들과 재회했다. 바느질 틈틈이 듣던 라디오 사연 속에, 내 청춘도, 내 우정도, 내 외로움도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오늘도, 공방 한쪽 블루투스 라디오에선 누군가의 어제와 나의 오늘이 작은 주파수 위에서 겹쳐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