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필요한 시간
어느 날,
문득 몸이 아닌 마음이 피로하다는 걸 느꼈다.
어깨는 여전히 움직이고, 발도 길을 걷지만
생각은 구겨진 종이처럼 쭈글쭈글하게 눌려 있었다.
나도 모르게 켜둔 휴대폰 화면 속에서
남의 하루가, 남의 성과가, 남의 감정이
쉴 틈 없이 내 마음을 눌렀다.
나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마치 그게 나의 감정인 것처럼 착각하며 살았다.
아마 그때부터인 것 같다. 마음을 교정해 버리겠다는 생각을 한 게.
동네 작은 호수가 있는 산책길에서 얼핏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광고 문구" 마음 빼기 "
아! 맞다. 나는 늘 생각을 더하고 풍요를 원하고
사람과 사물에 집착하며 더하기로 살았었지.
일도 더하기 책도 더 읽기 좋은 거 좋은 곳 더 하고 더 가기 더 더 더 , 덧샘 인생
이런 나를 , 마음에서 빼버리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한 생각에 딱 10분. 바늘을 놓고, 음악을 끄고, 핸드폰은 뒤집어 놓고. 그저 눈을 감고, 지금 이곳에 있는 나의 숨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엔 온갖 잡념이 달려들었다. 밀린 주문, 다림질하지 않은 원단 더미, 답장하지 않은 메시지, 심지어 내일 저녁에 뭘 먹을지까지. 하지만 그 모든 생각이
'내 마음의 찌꺼기'임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마음은 무거워져야 깨닫는다. 그 무게가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그 찌꺼기들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누적된 비교, 불안, 성취, 강박, 그리고 ‘잘 살아야 한다’는 정체불명의 조급함.
그걸 알아채는 순간, 마음속에 약간의 공간이 생겼다.
마치 정리된 방 한편에 햇살이 들기 시작한 것처럼
저녁을 마주할 때면 비로소 오늘을 바라보고 모든
감정을 버려버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아침을 맞이하면 아무 마음도 없는 새하얀 태양이 뜨는 것처럼
우리는 종종 과거의 낡은 감정에 사로잡혀
오늘을 어제의 그림자로 덫 칠해버리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 건 매일 나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고
놓아주고. 버리는 일. 명상이 필요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