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안녕~

슬기롭게 일하기

by 스틸앨리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무작정 시작된 공방 오픈으로 일인 다역을 하며 고군분투했던 시절

작업실 한견에서 실밥을 털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창작의 고통이 뭔지 제대로 실감하던 날들.


모두가 마스크를 벗고, 숨 좀 돌리자며 여행을 계획할 그때였다. “조금만 더 하면 돼”

그 말은 내가 나에게 가장 많이 건넨 주문이었다. 가방을 마무리하고, 주문 수량을 맞추고, 또 수업 준비를 하다 보면 하루가 어김없이 밤으로 떨어졌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났다.


눈이 침침해지고, 허리가 굽고, 커피 맛도 잘 모르겠는 어느 날. 친구가 물었다. “너 혹시… 번아웃 온 거 아냐?”슬슬 쉬면서 좀 해. 얼굴 보니 더 살이 쪽 빠졌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더 늙으면 안 되는데,

친구의 지나가는 말에 걱정이 앞섰다.

번아웃이라니, 그게 뭐야? 먹는 거야?

나는 이미 번아웃을 건너뛰고, 그걸 이겨낸 사람처럼 계속 일을 하고 있었다. 그게 기특하기도 했고 , 조금은 슬프기도 했다. 쉬고 싶은 줄도 모르고, 지친 줄도 모른 채 그저 ‘해야 하니까’ 움직였던 나.


아이러니하게 창작의 고통을 느끼다가도 월세를 내야 할 날짜가 다가 오연 새로운 작품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오르니 웃기기도 하고, 그마저 다행이다 싶었다.


새로운 작업을 해내고 홍보용 사진을 찍고, 심지어 SNS 좋아요 숫자에 은근히 들떠 있기도 했다는 것. 그러니까, 나의 번아웃은 한참 불타오른 상태에서 꺼지지도 않고 그대로 굳어버린 숯덩이 같은 모습이었달까?


나는 그렇게 번아웃을 ‘극복’해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번아웃인지도 모르고

그냥 하루하루 꿰매며 잇는 하루하루에 충실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좀 안쓰럽고 대견했다.


다만 요즘은, 작은 실밥 하나 정리하고 나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는다. “오늘은 어디까지가 ‘효율적이’고, 어디부터가 ‘과하게’일까?” 나 오늘 퇴근할 수 있을까?


이제는 가끔, 의식적으로 바늘을 내려놓는다. 번아웃이 다시 찾아와도 모른 척하지 않기 위해서.

지속 가능한 나의 바느질 생활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