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날의 독백

(브런치 스토리를 쓰고부터)

by 스틸앨리스

끈적거리고 습한 공기에 저절로 눈이 떠지는 이른 아침. 창문을 여는 순간 신선한 공기 대신 새벽부터 어디론가 바삐 움직이는 차들의 시동 소리가 먼저 밀려 들어온다.

​그리고, 뜨듯한 공기, 눅눅한 바람이 아침을 여는 첫 만남이었다.


새벽 6시 전, 그리 늦은 시간에 일어난 것도 아닌데, 누군가는 참 부지런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여름 한복판에서 허우적댈 사람들의 고단한 하루를 상상하게 한다.

아직 시작도 안 한 하루에 지친 듯이 숨을 내쉬며 잠시 멍하니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오늘은 공방 수업이 없는 날이다, 그럼에도 손끝은 이미 어제 끝내지 못한 작업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런 아침에 성급히 움직이면 그마저도 무겁고 습한 여름 공기처럼 지쳐버릴 것 같았다. 나는 조금 더, 아주 조금만 더 여유를 부리기로 한다.


정수기 물 한 잔을 받아 늘 먹던 갑상선 약 한 알 털어 넣고 혼잣말로 또 중얼거린다. 나 아침에 뭐 먹고 가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면서 마음 한 편에선 글 쓸 시간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다. 나에게 아침 루틴으로 브런치 스토리 쓰는 일은 어떤 아침식사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뻐근한 몸도 천천히 풀어주고 책상 앞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 아침에 더 해야할 일은 늘었지만 오히려 삶은 전보다 풍요로운 기분이다.


​이 타이트한 세상을 조용히 글로 지켜보는 것도 어쩌면 내 방식의 부지런함이 아닐까 하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렇게 매일 글을 올리고 있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게 되었다.


​늘 시간과 싸우듯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보다 느리게 시작하는 오늘 같은 날, 아무도 몰라주는 이 작은 사치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