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은 나를 만든다
반복은 가장 은밀하고도 느린 창조
처음에는 단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천 위에 바늘을 꿰고, 조심스럽게 한 땀씩 스티치 하며
조용히 완성되어 가는 그 순간의 흥분.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같은 실을 꿰고
같은 움직임으로 천을 꿰매는 일이 반복되자
처음엔 그 ‘같음’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왜 나는 늘 이 자리일까.
다른 삶은 왜 이토록 멀게만 느껴질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같은 일을 반복해 온 손이 이제는 그 어떤 낯선 것도 겁내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손의 기억이
마음보다 먼저 다음 스텝을 알고 있다는 것을.
솜털처럼 가볍고, 먼지처럼 작은 일일지라도
매일 밥을 먹고, 차를 마시듯 반복해 온 손바느질은
어느새 나의 루틴이 되었다.
바늘이 천을 오가는 사이, 습관처럼 무늬를 그리고
형태를 갖춰 나만의 무기가 되어간다.
다른 일엔 게으르던 손이
이 일 앞에서는 세월만큼 부지런해졌다.
도저히 상상조차 안 되던 반복되는 일도
무작정 시도해 보니, 어느새 익숙한 주문을 척척 소화하는 생활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똑같은 일이 싫었던 나는
어느 날 창조자처럼 매일을 시도하고,
매일 예술을 꿈꾸게 되었다.
그런 나의 반복은 어느새 내가 생각한 모양이 되어 있었다. 나는 여전히 창작자가 되기엔
서툴고 느린 사람이다.
하지만 매일 반복하는 손바느질 속에서
나는 나를 꿰매고, 기워가고, 이 삶을 나만의 무늬로 덧댄다.그 반복의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나다워졌다.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위대하고 의미 있는 창조의 과정인지
반복 속에서 축척된 손의 기억이 낯선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해 준다는 의미를 두고 있다
그 반복의 삶의 루틴을 넘어 오랜 나무의 나이테처럼 무늬가 되어 결국 자신만의 예술과 존재의 형태가 되어간다는 성장의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