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점심 약속이라도 잡히는 날이면, 나는 마음먹고 일찍 집을 나선다.
용인에서 40분 정도면 도착하는 종로·광화문. 그곳은 언제나 내가 좋아하는 서울의 중심이다.
아침의 광화문 거리는, 마치 거대한 공항처럼 다양한 삶의 궤적이 스쳐 간다. 작은 빵집 앞에서는 모닝커피와 갓 구운 크루아상을 손에 쥔 사람들이 하루의 첫 리듬을 시작하고, 캐리어를 끌며 이른 아침 이동 중인 외국인 여행객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출근길 직장인들이 바쁘게 쏟아져 나오는 그 길목에, 천천히 창을 닦는 미화원의 손길이 겹친다. 도시의 분주함 속에서도 그만의 리듬이 있어 보인다.
나도 책 읽기 좋을 카페를 물색해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 잔을 시켜놓은 채, 창밖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책을 펼치지 않아도, 휴대폰을 꺼내지 않아도,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 하루시작은 여행하는 기분으로 충만해졌다.
왜 그렇지 않은가? 우린 이른 아침 조식 먹는 기분으로
여행을 가는지도 모르는~~
갑자기 달걀요리가 생각날 만큼
서울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곳은 한쪽에서는 여행자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다른 쪽에서는 고단한 표정의 노숙자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가끔은 그런 여성을 마주칠 때도 있는데, 그 모습은 더욱 마음을 복잡하게 한다. 그녀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이 도시가 설렘의 무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막다른 길목일 수도 있겠구나. 안타까움으로 잠시정적을 마주한다.
바로 그 옆을 2층 관광버스가 달려간다.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드는 여행자들의 얼굴은 반짝이는 낯섦과 설렘으로 빛나고, 같은 거리 위에서 무거운 비닐봉지를 끌어안은 또 다른 얼굴은 어두운 그림자로 남는다. 서울은 늘 이렇게 모순된 얼굴을 동시에 보여준다.
여행자도, 직장인도, 노숙자도 아닌 제3의 시선으로.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그 삶을 스쳐 지나가듯 바라보는 자리에.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여행자의 자리인지도 모른다. 속하지 않음으로써 더 잘 보게 되는 것.
커피가 식어가고 있다. 그래도 괜찮았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내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과 그 사이사이에 흐르는 공기의 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나는 오늘도 그저 앉아서 바라볼 뿐이데 말이다.
이 도시는 내가 잠시 다니러 온 곳이지만, 동시에 언제나 새롭게 여행할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