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고 싶다면 당장 운동을 시작할 것
운동을 마치고 개운한 몸으로 나와 스마트폰을 켰더니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프로 농구 선수들의 조깅 사진이 보였다.
윗옷을 벗어제 낀 역삼각형의 구릿빛 상체가 만화의 한 컷 같다. 남자인 내가 보아도 "와아" 하고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나는 서른 해 넘게 살아오면서 한 번도 '몸짱'은커녕 몸짱 비슷한 실루엣도 가져본 적이 없는데 세상에는 나처럼 저주받은 몸이 있는가 하면, 저렇게 다비드상이 현현(顯現)한 듯한 몸들도 있는 것이다. 불공평한 것을 어쩌랴. 다 인과응보인 것을.
결국은 내 잘못이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인데다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잘 먹고 잘 자는 동안 굼벵이처럼 살이 오르기 마련. 살이 오르면 행동은 굼떠지니 자연스레 먹고 자는 일에 더 끌리고, 먹고 마시다 보니 또다시 굼벵이에 이르나니 벗어날 수 없는 악순환의 나선 계단이다.
그렇다고 '늘씬한 몸에 아주 관심이 없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보기에 좋은 몸짱'보다, '실제로 튼튼한 몸'을 갖고 싶은 마음이 있다. 탄력 있고, 스피디하고, 힘 있는 사람이 되어 검도 시합장에서 쌩쌩 날아다니고 싶은 욕심인 것이다. 모래사장이나 목욕탕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붙잡아 둘 욕심까지는 없다. 그저 강감찬 장군처럼 '당찬' 정도면 충분하다. 소박하다면 소박한 소망이다.
나의 '소박한 소망'에 딱 맞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와, 이 정도만 되면 좋겠다" 싶은 사람.
바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다.
언젠가 오바마 대통령이 상의를 탈의한 사진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물론 지지층 확대를 위한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사진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지만, 어쨌든 그 모습은 정말로 보기 좋았다. 얼음 바닷물에서 갓 튀어나온 물개처럼 미끈했다. 보디빌더나 연예인처럼 보이기 위해 만든 몸이 아니라, 열심히 운동을 하다 보니 저절로 생긴 자연스러운 건강함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로 엄청난 운동광이다.
매일 90분씩 체육관을 찾아 헤드폰을 귀에 꽂고 땀을 흘린다. 그는 단 하루도 운동을 빠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추수감사절 같은 휴일은 물론, 휴가를 떠나는 날 아침에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 백악관을 처음 찾은 날, 대통령 선거 당일과 선거 다음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는 18개월의 '대선 캠페인 대장정' 동안 그의 수행원들이 했던 최우선 순위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매일 운동할 수 있는 체육관을 물색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스케줄에 방해받지 않도록 이른 새벽이나 한밤중에 오바마가 이용할 수 있도록 체육관을 열어달라고 일일이 부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오바마의 운동 습관은 컬럼비아 대학에 다니던 스물두 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그의 자서전 <아버지의 꿈>에 의하면, 매일 3마일(약 4.8km)의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그는 학업 성적도 신통치 않았으며 때때로 마약까지 복용하는 별 볼일 없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정신의 건강은 몸의 건강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말에 느낀 바가 있었던 오바마는 매일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고, 평생을 지켜온 그 결심이 오늘의 '오바마'를 만들었다고. '열심히 운동하지 않은 날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날'이라는 것이 오바마의 지론이라고 하니 운동의 중요성에 대한 그의 확신을 알 만 하다.
내게도 이루고 싶은 소망이 몇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가 운동이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운동을 매일 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트랙이나 호숫가를 한 시간쯤 달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해서, 좋은 사람들이 복작복작한 검도장에서 시원시원한 머리치기를 "펑"하고 성공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달릴 수 있는 길도 있고, 좋은 검도장에도 다니고 있는데, 단지 지금은 매일 땀을 흘릴 수 있는 시간만 없다. 아니지. 세상에서 제일 바쁠 오바마 대통령도 매일 운동을 한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그저 변명일 뿐이다.
매일, 그리고 매일.
비록 3마일의 달리기일지라도.
84.7kg(+0.3kg)
"무릎이 아프도록 6km를 달리면 뭐하나. 점심에 피자 한 조각 욕심 덜 부릴 것을.
게다가 코스트코 피자였으니,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