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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Sep 30. 2015

#120 관상과 치맥

열흘정도 소식을 해보니, 재미있는 것이 사라졌다

미즈노 남보쿠는 일본의 전설적인 관상가다. 


거대한 저택에 큰 창고만 일곱 동이 있을 정도로 부를 누렸고, 조정으로부터 대일본(大日本)이라는 파격적인 칭호까지 받았다. 관상가로서 누릴 수 있는 부와 명예는 모두 누린 셈이다. 


그에게 누가 물었다.

"저는 큰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성공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남보쿠의 대답은 이랬다. 


"음식은 심신을 기르는 근본입니다. 이를 절제하면 뱃속이 자연스럽게 편해지고, 운이 저절로 트이며, 원기가 왕성해집니다. 과식하면 뱃속이 불편하므로 자연스럽게 기가 무겁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기색이 침체되기 때문에 혈색이 나빠지고, 운도 막힙니다. 


먼저 성실하게 3년 동안 식사를 절제해 보세요. 만약 그렇게 했는데도 성공의 길에 들어서지 않는다면 천지에 이치란 없고 어느 세계에도 신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나 미즈노 남보쿠는 천하의 사기꾼이 될 것이오." 


그의 대답을 생각해본다. 음식을 절제하면 성공할 수 있으리라 장담하는 것은 일견 지나친 비약같다. 만약 우리 외할머니에게 남보쿠의 이야기를 해 드리면 "씰데없는 소리 마라. 잘 먹어야 기운을 쓰지." 라고 하실 것이 뻔하다. 


음식을 절제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간디는 젊은 날에 음식 값을 차곡차곡 아껴 비용을 절약했다. 프랭클린 역시 그랬다. 전세계 수천만의 독자들을 사로잡은 '마시멜로 이야기'에도 마찬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음식을 절제하여, 저축을 늘리고, 종잣돈을 만들라는 뜻일까. 


열흘정도 소식을 해보니, 재미있는 것이 사라졌다. "불금에는 역시 치맥" 같은 재미도 없고, "배터지게 먹었으니 늘어지게 한 숨 자자." 같은 평화로움도 없다. 약간 기운이 없는 대신, 기운이 항상 차분하다. 기운이 차분하므로 달뜨는 무언가를 하고픈 생각이 없다. 영화 생각도, 게임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일만을 느릿느릿 할 뿐이다. 


미즈노 남보쿠가 장담한 성공의 원리에는 이런 이유가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미즈노 남보쿠가 내 관상을 보면 뭐라고 하려나. "다이어트를 성공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요." 하려나. 


배가 고프다. 

치킨과 맥주가 대단히 먹고 싶다.


미즈노 남보쿠가 음식을 절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시절에는 치맥이 없었기 때문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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