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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Sep 30. 2015

#126 나의 첫번째 다이어트

한 달만에 10kg이 줄었다

나의 기억력이 허락하는 가장 어렸던 순간부터, 나는 이미 과체중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마땅한 청바지가 없어서, 고무줄로 된 바지를 입고 학교를 다녔다. 뒤에서 짖궂은 친구가 확 잡아내리기라도 하면 엉덩이 두쪽이 "Hi~"하고 드러나는 그런 바지 말이다.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배가 나오기 시작했을까. 사진첩을 뒤지면 모를까. 내 기억을 헤집어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확실히 뚱뚱했고, 초등학교 1학년의 모습도 거의 마찬가지. 유치원 사진에 이르러서야 그런대로 보통 아동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니까 나는 아마 초등학교 무렵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30년 가까운 삶을 과체중 플러스 등급으로 살아온 셈인데, 그런 와중에도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거의 안하고 지냈으니, 부모님이 자상하셨던 덕분인지, 내가 한심한 탓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통통한 배로 인해 약간의 불편함(꽉 끼는 벨트라던가)만 느꼈을 뿐, 특별히 개선이 시급한 것도 아니어서 이렁저렁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아왔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친구들을 적당히 소 닭보듯 하면서 말이다. 


그런 무심한 시선을 더이상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은 대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한 학기를 휴학하고 고향집에 돌아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그런 친구들이 주변에 제법 있었다. 옛날 이야기처럼 법서를 싸들고 산 속의 절로 들어간 지인도 있으니 말이다. 학원의 빽빽한 시스템없이 오로지 벽돌처럼 두꺼운 교과서를 읽고 또 읽음으로써 시험을 준비했던, 나름 '고시의 낭만'이 살아있는 시절이었다. 


집에 있다보니 몸무게가 슬글슬금 늘기 시작했다. 하는 일이라고는 집 근처 독서실에서 엉덩이와 씨름하는 것이 전부여서 살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 늘어가는 체중이 걱정이 되어 점심 한끼는 식초에 참기름, 참깨로 대충 버무린 주먹밥 도시락으로 대체했지만, 이스트를 잔뜩 품은 밀가루 반죽처럼 부풀어오르는 몸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83kg 정도로 기억한다. 숫자 80을 넘어서면서 "어어, 이건 아닌데" 라고 주춤거리는 사이 인심이 넉넉한 체중계는 턱 하니 2~3kg를 덧붙여주었다. 샤워를 하며 몸을 비틀면, 옆구리 부근의 주름이 빨래중인 이불처럼 통통했다. 여기서 스탑. 모종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 때 마침 유명 코미디언이 체중을 감량한 이야기가 화제였다. 


먹성좋게 넉넉한 모습으로 인기를 얻은, 뚱뚱한 몸이 트레이드 마크인 사람이었다. 그가 갑자기 날씬해져서 나타났다. 20kg인가 얼마를 줄였다 했다. 지금이야 인터넷으로 몇 십 kg 감량한 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지만, 그 때는 그렇게 흔한 경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코미디언의 비결은 간단했다. '먹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지속적으로 줄이려고 하면 도저히 줄일 수가 없다. 그래서 딱 한 달 씩만 다이어트를 했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그렇게 한 달만 고생하고, 평소 생활로 돌아왔다 했다. 그리고 또 다시 스파르타식 한 달. 징검다리 식으로 한 달 씩 다이어트를 하다보니 별로 힘들지 않고 20kg을 줄일 수 있었다고, 그는 넉넉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저거다. 


텔레비전에서 그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4월 말인가 그랬다. 나도 그 코미디언처럼 딱 한 달만 노력하기로 했다. 시간 제한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쯤 가벼웠다. 나의 다이어트 플랜은 다음과 같았다. 


1. 기간 : 5.1 ~ 5.31

2. 식사 : 매끼 300g (식사 전과 후에 체중계에 올라가 먹은 양을 가늠할 것)

3. 운동 : 하루 2시간씩 동네 헬스장. 절반은 근력운동, 절반은 유산소.

4. 기타 : 물은 마음껏 마실 것. 


그렇게 생활했더니 처음에는 꼬박꼬박 하루 500g 씩 줄었다. 며칠 지나자 300g 정도로 감량의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소세를 지속했다. 사람들이 감량 사실을 알아보는데는 보름쯤 걸렸다. 헬스장의 아주머니들이(평일 오후 두 시에 헬스장을 점령하는 것은 아주머니들 뿐이다) "학생, 살 빠졌지? 얼굴이 달라졌는데?" 하며 말을 걸어왔다. 날씬해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그러나 밥과 떡은 끊을 수 없는) 아주머니들이었기에 다른 사람이 살 빠진 기적(?)에 민감했었나보다. 


한 달 만에 10kg이 줄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이 되었을 때, 나의 몸무게는 70kg 초반. 근육량이 보통보다 조금 많은 나에게는 운동하기 적당한 몸무게였다. 그것이 내가 첫번째 시도한 '다이어트'였고, 나름 무사히 성공을 거두었다. 


요요현상? 그런 것은 없었다. 식사량을 줄이기도 했지만, 강도높은 운동을 병행한 것이 이유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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