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하는 달리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직장인의 점심 시간은 짧다.
근로기준법에서는 4시간을 일하는 근로자에게 30분의 휴식시간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직장이 이 30분 두 개를 합쳐 1시간의 점심 시간으로 쓰고 있다. 구내식당이라도 잘 갖춰진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길거리의 식당을 전전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1시간은 넉넉한 것이 아니다. 자리를 차지하고, 음식 나오기를 기다려, 먹고 들어오면 양치할 시간 정도 남을까. 카페에서 서비스로 따라나오는 조각케익마냥 얄팍한 시간인 셈이다.
요즘 그 조각케익을 절반으로 잘라 운동을 하고 있다. 매일은 아니고, 부서 회식이나 약속이 있는 날은 제외. 달력에 특별한 메모가 없는 날만 운동하는 중이다.
회사 앞에 작은 헬스장이 있다.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인데, 무엇보다 값이 싸다. 석달에 9만원. 트레이닝 복을 주거나 관리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그만 샤워실이 딸려 있으니 그만하면 충분하다. 운동화는 신발장에 장기 주차 시켜놓고, 속옷과 셔츠, 반바지 정도만 가지고 다니면 된다. 나는 거기서 주로 런닝머신을 뛴다.
3km 혹은 4km 정도를 달리는데 보통은 20분 정도, 넉넉잡아 30분 안쪽이면 달릴 수 있다. 런닝머신이 좁고 낡아 전력질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땀을 흘리기에는 나쁘지 않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고, 샤워까지 마치면 대략 12시 40분 정도. 그제서야 점심을 먹으러 간다.
1시까지는 자리로 돌아가야 하니 메뉴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인근의 구내식당에서 미지근한 국에 밥을 말아 먹거나(이런, 젠장...), 갓 배송되어 반짝반짝하고 신선하며 화려한 라인업으로 '나를 맛보세요' 하고 유혹하는 편의점 삼각김밥(역시, 젠장...) 뿐이다. 오늘은 후자였다. 뭐더라. 크랩초밥인가. 게맛살을 박아넣고 초밥 흉내를 내어 와사비 맛이 나는 특이한 삼각김밥을 먹었다.
점심시간을 쪼개 운동을 하면서 불편한 점은 세 가지다.
첫째, 출근할 때는 옷가지, 퇴근할 때는 땀에 쩔은 빨래감이 가방에 들어있다. 지하철에서 혹여 가방을 놓고 내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저기... 가방을 놓고 내렸는데요. 까만 색이구요. 앗, 절대로 열어보시면 안됩니다. 그 안에는...)
둘째, 점심 시간에 늘 헐레벌떡이다.(1시간의 동선을 그리자면 헬스장으로 이동 - 환복 - 런닝 - 샤워 - 환복 - 식사처로 이동 - 식사 - 사무실로 이동 - 양치 - 자아, 오후 업무 시작...이 된다)
셋째, 맛난 점심을 먹을 수 없다. 직장인은 먹는 것이 낙이다. 어느 선배가 예전에 이야기하길 '오전 시간은 점심을 기다리며 버티고, 오후 시간은 퇴근을 기다리며 버틴다' 고 했는데, 글쎄... 당당히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려나.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점심시간에 20분 뛰어봤자 얼마나 된다고, 차라리 편히 먹지 그러나."
맞는 말이다. 체중이 줄어봤자 2~300g 남짓이다. 지방은 운동시작 30분 이후부터 연소된다니 그나마 대부분 수분일게다. 요컨대 3km 뛴다고 Pig가 'Puig'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이 있다. 시간이 없을 때,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사람만이, 시간이 있을 때, 기대한 만큼 갈 수 있다. 이것은 자세의 문제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영어단어를 외운다고, 몇 개나 외워지겠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니다. 잘못 생각한 거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한 글자라도 보는 사람이어야, 유유자적한 방학 때 퍼지지 않고 책상을 지킨다. 예외가 없다. '틈틈이 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틈틈이'는 한 페이지라도 더, 일 분이라도 더, 한 번이라도 더 노력하는 자세를 만들어준다. 삶에서 어떤 성취를 가져오는 것은 바로 그런 자세다.
20분과 3km의 달리기는 그래서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더 하려고 아등바등하는, 그 습관이 모든 차이를 만들어낸다.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