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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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곧 공부다. 그리고 공부는 독서로써 한다. 이는 책을 읽는 것이 우리의 실력 향상에 직결된다는 뜻이고, 실력을 키우고 싶으면 책부터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책을 끼고 살았다'는 말이 흔하디 흔하게 나온다. 분야를 막론하고 말이다.
과학철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는 지금의 자신을 만든 힘이 단연코 '독서'라고 말한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빠져 영어 원서로 11번, 우리말 번역본으로 12번을 내리 읽었다. 다 읽고난 후에는 칼 세이건에게 편지를 써서 답장까지 받았다고. 그의 독서력은 대학에 간 이후가 더 놀랍다. 칼텍(캘리포니아 이공대학)을 다니면서도 매주 한 권씩 전공 외의 서적을 독파했다. 졸업할 때까지 읽은 책은 모두 107권. 대부분 철학과 심리학 분야의 두툼한 책들이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26살에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드라마 <카이스트>에서 배우 이나영이 열연했던 '천재 소녀'의 실제 주인공이다.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가다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식판을 바닥에 떨어뜨리는 줄도 모르고 실험실로 뛰어간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 윤송이 사장은 이렇게 단언한다. '자신을 키운 것은 8할이 독서'라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 본 영화는 '킹콩'을 포함하여 고작 5편이었던 반면 "당시 출판된 동화책은 거의 다 읽을" 정도로 늘 책을 끼고 살았다. CEO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 아이를 출산하여 수유를 하는 동안에도 책을 손에 들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독서광이다.
홍정욱 헤럴드 회장은 하버드대 재학 시절을 이야기한 <7막 7장>에서 얼마나 독서에 몰입하였는지 상세하게 적었다. 이 책에는 매 페이지마다 고전에서 뽑아낸 번뜩이는 인용구와 아름다운 문장이 넘쳐난다. 그 후 CEO로서, 국회의원으로서 바쁘게 살아왔지만 책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 <에밀>, <플라톤> 같은 동서양 고전을 소외계층을 위해 3000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비영리사단법인 "올재"를 세웠다. 그는 지금도 출근하지 않는 주말이면 '속독 - 정독 - 발췌 필사' 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전을 공부한다고. 이동 시간에 뒤풀이까지 하루를 종일 잡아먹는 '한국식 골프'는 독서할 시간이 아까워 CEO가 되면서 오히려 끊었다.
비단 이들 뿐일까. 빌 게이츠는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고, 스티브 잡스는 '새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독서하라'고 강조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바쁜 시간을 쪼개 딸들을 데리고 직접 서점에 갔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국제회의 석상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칸트의 <실천이성비판>과 굴원(屈原)의 시를 인용해 답하는가 하면,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은 고전으로 꽉 들어찬 높이 12m짜리 개인 도서관을 가지고 있다. 올해 일흔 셋의 나이로 한화 프로야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지도자가 되면서)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게 만배는 더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의 독서가 시작되었다. 감독이 되기 위해 야구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야 하지만 일반적인 교양과 상식이 풍부해야 한다. 지금 내 서재엔 야구 서적만 500권이 넘는다. 다른 서적은 더 많다. 나는 몇 문장만 좋아도 그 책을 산다."
일일이 들자면 끝도 없으리라. 간단히 말해 이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大) 성공자 중에는 대(大) 독서가 아닌 이가 없다. 혹여 책없이 일자무식으로 성공을 움켜쥔 이들도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허겁지겁 책장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침마다 학교에 가고, 졸음을 참으며 책상에 앉고, 재미가 없어도 펜을 붙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성공하기 위함이다. 꼭 큰 돈을 벌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기가 가고 싶은 길 위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이다. 그 성공을 위해 우리는 늘 공부하라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내 여기서 일 백번 돌 위에 머리를 찧는 심정으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독서가 곧 공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독서 = 공부'라는 명제를 아직 참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내가 '책과 공부'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중인데 궁금한 점이 있느냐고 여기저기에 물었더니 한 명이 대뜸 이렇게 물었다.
"독서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책을 읽는 것이 정말 공부에 도움이 되긴 되니?"
그렇다. 만약 '공부하는 데 독서가 도움이 됩니까?' 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한다면 '좋기는 좋은데 시간이 없어서' 정도의 뜨듯미지근한 답변이 가장 많이 나오리라. 그래도 '좋기는 좋다'고 알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교양으로는 괜찮지만 공부에 직접적인 연관은 별로'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을테니까. 어찌되었든 '물론이죠. 독서가 곧 공부입니다' 하고 주먹을 불끈 쥔 채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요지는 간단하다.
독서가 곧 공부다.
그러므로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성공하고 싶다면 당장 책을 손에 들어라. 만일 당신의 생각이 이와 같다면 이 글을 더 읽을 필요가 없다. 지금 이 책을 제자리에 놓아두고 당신이 읽으려고 마음 먹은 다음 책으로 시선을 옮기면 된다. 나는 두 손을 높이 흔들며 당신을 배웅하리라. 만일 그렇지 않다면, 그리고 지금까지 나의 이야기가 팔다리가 배배 꼬일 정도로 지루하게 들리지만 않는다면 조금만 참고 끝까지 읽어주시기를 바란다. 혹시 모른다.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이 끝난 다음, 당신은 당장 책을 사러 서점으로 달려갈지도.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당신이 대(大) 독서가로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 될지도.
<책과 공부>에서 나는 크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첫째, 독서가 곧 공부다.
둘째, 공부에 유용한 독서 요령
셋째, 책 속에서 찾아낸 공부 방법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책과 공부는 별개'라는 생각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왜 문제인지 간단히 짚고 넘어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