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입니다.
저는 아침 일찍 일어나, 거리 산책을.... 나가다가
혼자서 마음 속으로 기대하고 있던 편의점 체험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컵라면에 삼각김밥입니다.
삼각이는 가장 익숙한 참치 마요로.
구조는 우리랑 비슷해요.
도시락의 종류가 좀 더 많더군요.
사실 배에 여유만 있다면 더 먹고 싶지만..
컵라면은 맛있었습니다.
먹는데 곧바로, '응? 맛있잖아.'
라고 생각했고요. 삼각김밥은 so so.
하지만 쌀은 나쁘지 않은지 먹고 나도 속이 불편하진 않았네요.
우리나라 삼각김밥은 먹고 나면 저는 속이 영.. 그렇거든요.
그것만 먹고 가려다가...
역시 편의점에 왔으면 빵도 한 번... 이라는 생각에
결국 김밥 + 컵라면 + 빵 + 콜라로 아침을 거하게..
그런데, 빵도 확실히 맛있었습니다.
편의점 빵이 아니라 파리바게트 빵 맛 정도 되는 듯..
기대 이상이었어요.
이제 점심 시간입니다.
저희는 집 주인의 추천을 받아, 타카시야마 백화점에 있는 7층 장어집을 갔어요.
좀 비싸다고 했지만,
마지막 끼니니까.... 최선을 다해서.
사실 저는 장어를 그닥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서 큰 기대는 안했고요,
그저 최상급의 우나기동을 먹어본다... 정도 의의가 있었습니다.
이쁘지요?
장어가 엄청 부드럽고, 맛있(는 것 같았)었 습니다.
제가 장어 덮밥의 보통 맛을 몰라서....
이런게 최고 장어 덮밥인가.. 하고 생각한 정도였고요,.
마지막으로 우동집은 기대했습니다.
도톤보리에서 유명한 '이마이 우동'
어차피 배도 부르고, 가장 기본적인 유부 우동을 시켰고요.
저는 우동은 기대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짜고, 달았습니다.
특히 저 큼지막한 유부 두 개가 엄청 짜고 달았어요.
아쉬웠습니다. 가쓰오부시 맛은 진했는데..
유부우동은 싼데(6~7000원??), 베리에이션이 들어간 다른 우동은 엄청 비쌉니다. 2만원 까지 했던 듯도요..
마지막으로 집 앞에 잘한다는 타코야키를...
6개에 3000원 이었는데, 타코야키가 우리 나라 것보다 알이 굵고 안에 문어가 많이 들었어요.
자...
이렇게 먹고 각자 서울과 부산행 비행기를 타고 헤어졌습니다.
닷새간 엄청나게 먹어댔는데, 그래서 체중 증가를 각오하고 왔는데
돌아와 체중을 재보니 오히려 약간 줄었네요.
36~7도의 날씨에 하루 평균 3만보를 걸었더니, 위장에 무리가 갈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도 말짱했습니다.
근육이 줄고 체지방이 늘었을지도...
음식 사진 위주로만 정리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별다른 기획도 준비도 없었고, 또 첫 자유여행이며, 일본어도 전혀 못하고, 친구와 같이 가는 첫 여행인데다가, 누구나 우려하는 한 여름의 일본..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아무런 문제 없이 좋은 경험들만 하고 온 데는 저 개인적으로 각오랄까, 다짐이랄까.. 이런 생각이 있었기 때문인 듯 합니다.
여행이란 돈을 써가며 생하러 가는거다.
이 말을 잊지 않으려 애썼기에, 낮에 미친듯이 더워도, 그래서 땀이 줄줄 흘러도, 그런 와중에 사람이 빽빽한 줄에 서서 오랜 시간 기다릴 때도, 거의 짜증이 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물론, 같이 간 친구가 순해서 ... 가 제일 큰 이유일듯... 잘 생기고 잘 챙겨주는데 순하기 까지 한...) 그저 더 많은 '경험'을 하는데만 집중했습니다.
아마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붓다가 '인생은 고'라고 가르치셨고, 니체도, 카뮈도.. 인생은 원래 괴로운 거다, 원래 부조리한 거다.. 라고 이야기했지요. 삶은 원래 괴로운 건데, 그 안에서 어떻게든 환희와 감동과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이 곧 위버멘쉬, 즉 초인이 되는 거라고 니체가 그랬습니다. 고통이 당연한거다, 생각하면 섭씨 36도, 직사광선 아래에 등판이 축축하게 젖은 덩치 큰 남자 바로 뒤에 바싹 붙어 줄을 서 있어야 하더라도, 화가 덜 나더군요.
오사카는 다음에 다시 가야겠습니다. 교토에 숙소를 잡고 며칠 쭉 돌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날씨 좋은 계절에 말이지요.
삶은 두 번 살 수 없지만, 그래도 오사카는 두 번 갈 수 있으니까요.
얼마남지 않은 여름, 조금 더 힘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