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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Feb 16. 2017

#190 좋은거다

지인이 사진을 하나 보내 주었다. 조앤롤링이 해리포터를 쓴 카페란다. 사진을 보내며, "이거 보고 영감받아서 좋은 글쓰세요."라는 말을 덧붙였다.

예전에 조앤롤링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녀는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며 해리포터를 꾸역꾸역 써냈다. 인터뷰어가 육아를 하면서 얼마나 글을 쓸 수 있었느냐고 묻자, 롤링은 이런 식으로 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카페에서 하루 여덟시간씩은 썼어요." 

어제는 친구를 만났다. 대학교 신입생 때 신입생 환영회 방에서 처음 만났으니 꼬박 17년된 친구다. 공부 비타민 어딘가에서 이야기한, "연수원 기말고사 기간에 하루 한끼 먹고 두세시간 자면서 공부했"다는 그 친구. 지금도, 아기를 키우면서, 변호사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 중이었다. 아기와 놀아줄 시간이 워낙 없어서 아침에 두 시간쯤 함께 하려고, 새벽에 여섯시에 일어난다고. 새벽이면 으앙 하면서 엄마를 깨운단다. 

"고3 때나, 공부할 때나, 지금이나 사는 강도는 비슷한거 같지 않냐?" 라고 우린 웃었다. 
"응. 오히려 대학때 제일 많이 놀았지." 라고.

한 평쯤 될까 하는 작은 사무실을 보여줬다. 예나 지금이나 책상은 지저분하구나, 하면서 또 웃었다. 밤 10시인데도 클라이언트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나이를 먹으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내가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내 말도 짧았고, 그 친구의 대답도 빠르고 짧았다. 

"점점 더 일상이 단순해지고 있어."
"좋은 거다."
"그래서 그런지 불안함도 별로 없어."
"응 그것도 좋은 거다." 

좋은 거다. 
꾸역꾸역, 어찌되었든 최대한 단순하게.

나는 출근길에 롤링의 카페 사진을 폰 배경화면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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