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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Feb 16. 2017

#191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느낌으로

각성도가 높다, 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쯤 알 것 같다. 두달, 아니 석달 정도 그런 느낌으로 살고 있다.

각성 상태는 일부러 의식을 놓지 않는 한, 조금씩 조금씩 높아지는 듯 싶다. 완만한 산을 오르는 느낌이다. 물론 보다 집중적으로 "생각"을 한다면, 그리고 더 "치열"하고 생각을 놓지 "않으려" 한다면 그 산을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을게다.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을 하고 있고, 일을 잘 하려 하고, "잘하고 싶다"는 질문거리를 두둥실 띄워놓았기 때문이다. 마치 컴퓨터 한쪽 구석에 계속 프로그램을 하나를 돌리는 느낌으로 말이다. 초점이 있고, 생각이 이어진다. 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지만, 행동이 "의식"을 높여준다. 두 가지는 선순환 관계인 것이다.

삼십년 남짓한 삶에서 열심히 산 경험은 몇번인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확실히 그랬고(나는 수능을 닷새 남긴 날, 일기장에다 "다시 살아도 이 것보다 대단히 잘 살 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어쩌구 저쩌구 썼더랬다. 적어도 고등학교 시절은 그랬다), 군대가서도 그랬고(흔하디 흔한 육군 병장 만기 제대지만, 나는 군대에서 중요한 것을 이래저래 "배웠"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단 한번도 군에 재입대하는 "악몽"을 꾼 적이 없다), 취직과 책 집필 그리고 팟캐스트를 해온 지난 몇 년도, 나는 그랬다. 하지만 요 두어달 간은 유달리 각성도가 높아졌다는 "느낌을 안고" 살고 있는게다.

몇 가지 재미있는 현상이 있다. 
시간 감각이 줄어들고, 잠이 줄어들고, 게으름이 줄어든다. 그 세가지는 맞물린 것 같다.

주말과 평일, 근무 시간과 퇴근 시간의 구분이 별로 없이 계속 무언가를 "하다" 보니, 시간 감각이 없어졌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면서 "내일 회사에서 할 일이 뭐였지?"라고 몇 십초쯤 생각하다가, 문득 그제서야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과 몇시간 전에 "불금 잘 보내세요"라도 인사를 나누었음에도.(물론 내가 그저 정신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이 줄어든다. 원체 내가 잠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여기 저기에 많이 이야기해 놓았는데, 요즘은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진다." 오늘 아침을 예로들면, 어제 밤 팟캐스트 작업을 마치고 1시 15분 시계를 확인하고 잤는데, 아침 5시에 눈이 떠지는 식이다. 물론 그렇게 일어난다고 하루 종일 쌩쌩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낮에 자고 싶다고 잘 수 있는 직장은 당연히 아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잠을 청하다가 6시 반쯤 "에이 그냥 일어나자" 하는 마음으로 자리를 개고 책을 보았다. 이런 체험은 사실상 곰돌이 잠팅이인 내 인생에서 처음 하는 것이다.(낮에 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게으름이 줄어든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다른 사람 눈에야 내가 제법 부지런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나는 나의 게으름을 "잘 안다" 원래, 발바닥의 티눈이라던가, 엉덩이의 부스럼 같은 것은 자신만 잘 아는 거니까. 그런데 각성도가 높아지고 나서부터, 자질구레한 몸을 움직이는 일이 "별로 귀찮지 않다" 대단한 일은 아니고 그저, 책상을 정리한다던지, 로션을 제자리에 놓는다던지, 귀가길에 몇 십미터 거리를 "돌아가" 우유를 산다던지 하는 것 뿐이지만, 그런 사소한 차이가 나는 잘 느껴진다. 나만 아는 일일지라도 부스럼이 줄어든 예쁜 엉덩이를 갖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어제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몇 분짜리 강연을 들었다. 그는 "당신은 가난한 사람인가?"라고 물으며, "심장보다 빨리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지인이 그 동영상을 보내주며,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는 느낌으로" 살라고 이해했다, 고 말했는데, 나도 지인이 이해한 방식이, 마윈이 전달하고픈 핵심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노르웨이에서 산스크리트어를 파고 있는 아우에게 "생각하기 전에 행동하라네."라고 얘기했더니, 아우는 이렇게 답했다. 

"공부해야된다.. 는 생각이 들기 전에, 책상에 가서 앉으라는 말이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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