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감과 마감을 무사히 마치고 비행기를 타러가는 길. 아무 일정도 못 짰고 헌책방에서 산 여행 가이드 한권 어제 자정에 챙겨넣은게 전부지만, 그래도 일들을 끝내고 길에 오르니 마치 마라톤 피니시 라인을 딱 통과하자마자 소파에 드러누운 기분이다. 처음으로, 생땍쥐베리의 나라로. "그는 사막에, 산에, 야간에, 그리고 바다에 한 번 이상 추락했었다. 그러나 살아돌아왔을 때, 그것은 언제나 다시 떠나기 위해서였다." -생아저씨의 <인간의 대지> 중에서- #서울대는어떻게공부하는가 #허생의즐거운편지 #파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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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산 뮤지엄 6일 패스. 다닐 곳을 짜다보니 동네 구석구석마다 박물관, 미술관이 있는 느낌. #파리여행 #한재우 #허생의즐거운편지 #서울대는어떻게공부하는가
3.
시작은 가능한 상징적인 장소에서. 흔히 알려진 이야기지만 에펠씨가 저 탑을 지을때 많은 사람들이 극렬하게 반대했었더랬다. 흉물이라고. 오랜시간이 지나 지금은 에펠탑없는 파리는 상상하기 힘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은 계속 노출되면 익숙하고 좋아진다는 "노출효과"의 예로 저 탑을 들곤하는데... 아름다움의 절대성과 상대성 같은 어려운 문제는 차치하고, 에펠탑의 승리를 노출효과의 예로 단순치환하는 것도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으므로 제쳐두고, 왠지 나는 이런 생각은 든다.
"확신이 있으면 뻔뻔함도 필요하다."라고. 에펠탑이 진짜 "아름다운" 것인지 솔직히 나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에펠씨는 자신이 "본" 아름다움을 고집하는 "뻔뻔함"은 있었던게다.
덕분에 이렇게 에펠탑을 보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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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미친 것 같아. 어떻게 이렇게 이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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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말로만 듣던 유료 화장실을 써봤다. 유럽은 공짜로 된 공중화장실이 드물다 했다. 작년에 노르웨이에서는, 우리로치면 "서울역" 청사 안의 화장실이 유료인걸 보고 놀랐었는데.
급하기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럽겠지만, 아깝기로 따져도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 화장실비용이기에 가능한(?) 안쓰려했는데, 결국 밎닥뜨리게 된 것이다. 그것도 하필 "럭셔리(저기 간판에 써있다)" 화장실..이라 2유로. 우리 돈으로 2500원꼴이다.
럭셔리라야 별건 없고, 우리나라 백화점 화장실 정도의 느낌에 손세정제가 달려있는 것뿐.
몇십초짜리 작은일(?)을 처리하고 나가기가 너무 아쉬워서, 괜히 세수를 빡빡 하고 손까지 물비누로 열심히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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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동안 45km를 걸었다. 다리가 아플만 하지. 덕분에 어제는 18시에 쓰러져 잤다. 체력이 있을 때 더 부지런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경험.
재미있는 사실 하나.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데를 다니고 있으니, "좋은 사람들'만'" 생각난다. 사흘간, 스트레스를 주던 사람들을 전혀 떠올리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던 거다.
일상에서 우리는 반대로 살고 있지 않은지. 좋은 사람들은 잊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머리를 채우며, 틈틈이 분노하고 괴로워했다. 나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그곳을 벗어나면, 그리운 것은 좋은 사람들뿐임을 기억해야지. 일상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잊는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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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기 전에는 왜 사랑해야하는지 잘 모르듯,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책을 읽어야하는지 잘 모르듯, 여행을 다니기 전에는 왜 여행을 다녀야 하는지 잘 모르듯,
루브르에 와 보기 전에는, 왜 루브르를 봐야한다고들 하는지 나도 몰랐던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데, 덜 듣고 더 보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루브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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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고, 생각하는 만큼만, 딱 그만큼만 내 것이라는, 내가 가져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보물들 속에 둘러쌓여 있으니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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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30일만 지냈으면 싶은 3일차 아침 출근 길 모드. 다만 회사가 아닌 로댕미술관으로^^* 하늘은 하염없이 이쁘다. 하늘보다가 개똥 밟기 딱 좋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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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지하철에는 책을 읽는 사람이 꽤 많다. 동네 곳곳에도 작은 서점들이 제법 많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하철에 인터넷이 잘 안터진다는 점이 큰 것 같다. 와이파이 에그를 들고 있어도 안터지는 지하철. 덕분에 사람들은 열심히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다.
편리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거. #파리여행 #한재우 #허생의즐거운편지 #서울대는어떻게공부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