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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May 22. 2019

#194 저는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1. 저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첫번째 학기를 다닌 후에 대학을 그만두었다. 등록금이 굉장히 비쌌는데 그 등록금으로 평범한 노동자였던 부모님이 평생을 모아놓은 돈이 다 들어갈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스무살도 안 된 청년이 남들이 다 가는 길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아무리 자신감이 컸던 젊은 시절의 잡스였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 


"저는 대학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저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 당시 그런 결정은 다소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한 결정 중에 가장 탁월한 것이었습니다.”


학교를 그만 두고, 직장을 그만 두고, 연애를, 또는 결혼을 그만 둔다. 그만 두는 모든 일 앞에서 마음이 편한 사람은 결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연스러운 사람의 마음이다. 퇴사를 하고 도서관에 처박혀 글을 쓰기로 결심한 나도 다르지 않다. 가진 것을 손에서 스스로 놓아버리고 불확실성 속으로 일부러 들어갈 때에, 내가 가질 수 있는 확실한 것이 단 하나 있다면 스티브 잡스의 저 말일 것이다.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믿음. 그 믿음을 손에 쥐고 안개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결국 잘 된다는 사실을 나는 확실히 안다. 





2. 세상은 하나의 울타리로 둘러싸인 공간과 같다.


세상은 하나의 울타리로 빙 둘러싸인 공간이다. 보이지 않는다 해도 반드시 벽이 있고, 무한정 넓은 것 같아도 어딘가 끝이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모를 뿐이다. 그렇기에 내가 하는 말, 생각, 행동은 한없이 멀어져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계속 퍼져 나가다 울타리에 부딪히면 되돌아 와서 그것들을 내던진 나에게 온다. 내일 올 수도 있고, 내년에 올 수도 있고, 수십 년 후에 올 수도 있지만, 오지 않을 도리도, 오는 것을 피할 도리도 없다. 이것이 인과다.  


따라서 인과에 빈틈이 없음을 아는 사람은 앞날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내가 내놓은 원인이 내가 받을 결과로 돌아오므로, 미래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다만 나에게는 그것이 언제 돌아올지 아는 것이 허락되어 있지 않을 뿐.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간단하고 또 명료하다.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좋은 것을, 오늘 저 세상을 향해 내던지는 것.  




3.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무의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화학자 케쿨러는 벤젠의 분자 구조를 밝혀내기 위해 골똘히 고민하다가 꿈 속에서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6개의 탄소 원자가 목걸이처럼 동그랗게 연결되어있는 고리 구조를 밝혀냈다.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는 꿈에서 멜로디를 듣고는 잊어버리기 전에 재빨리 끄적거려 <scrambled eggs>라는 곡을 만들었다. 나중에 이 노래의 제목은 <Yesterday>로 바뀐다.  


꿈 속에서 영감을 얻어 문제를 해결했다는 몇몇 에피소드들은 일종의 전설처럼 회자된다. 사람들은 그런 영감을 마치 신이 내린 계시처럼 여기며 신기해 하는 한편, 그런 귀한 경험을 한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꿈꾸기 힘든 막대한 성공을 꿈이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경험들이 신기한 일이기는 해도,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무언가에 골몰할 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고문서 해독을 연구 과제로 삼고 있는 지인은 쓰여진지 1,000년도 지난 옛 글자들을 하루 종일 들여다본다. 답안지가 없는 고난이도의 영어 독해집을 사전도 없이 푸는 느낌이랄까. 한 단어에 막히면 뜻을 유추하느라 며칠씩 진도가 제자리 걸음을 걷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잠을 잘 때도 해독을 하는 꿈을 꾸는데, 지금 끙끙대고 있는 바로 그 단어를 이리저리 꿰어맞추는 꿈이다. 몇번쯤은 그렇게 꿰어맞춰본 가운데 답을 찾아낸 적도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늘 어떤 일에 골몰하는 사람에게 있어 신의 계시 역시 일상이 되는 것이다.  


그 지인에게 어떤 후배가 찾아와 ‘며칠 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연구 과제를 푸는 꿈을 꾸었다.’며 신기해 했다. 그 말을 듣고서 지인은, 저 친구의 공부 정도가 이제 겨우 문턱에 들어섰구나, 라고 생각했다 한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만, 무의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무언가에 정말 몰두하고 있는지는 꿈을 보면 안다. 우리는 스스로를 속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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