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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재우 Aug 03. 2015

#28 특별한 도전을 매일 한다는 것

그들의 삶이 특별해진 이유

호날두는 하루에 윗몸 일으키기를 3000개나 한단다. 


호날두가 누구인가. 지구 위에 있는 여섯 개 대륙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었을 때, 거기서 쏟아질 60억 인구 중에서 축구공을 가장 잘 차는 사람이 호날두 아닌가. 이미 최고 중의 최고인 호날두가 매일 아랫배에 힘을 주며 3000번이나 끙끙대는 것은 부상 없이 오랫동안 최고 중의 최고의 자리에 머물고 싶기 때문이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차두리 선수가 로봇 같은 질주력으로 맹활약을 펼쳤을 때, 인터넷에서는 그의 아버지 차범근의 젊은 시절 사진이 돌아다녔다. 필드에서 상의를 벗은 모습이었는데 소탈한 시골 아저씨 같은 외모와는 달리 상체의 근육이 벽돌처럼 크고 단단했다. 차범근은 화제가 된 그 사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처음 갔을 때 체격이 좋은 유럽 선수들에게 속절없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힘에서 지지 않기 위해 팔 굽혀 펴기를 하루 3000개씩 했다. 


한경혜라는 한국 화가가 있다. 일곱 살 때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뇌성마비였다. 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 말의 의미도 이해하지 못할 어린 나이였다. 방법이 없던 그녀의 어머니는 불편한 딸을 끌고 해인사로 무작정 찾아갔다. 큰스님으로 이름 높은 성철스님이 머문 곳이었다. 찾아오는 모든 이에게 3000배의 절을 요구했던 성철스님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일곱 살의 나이에 그녀는 3000배를 마쳤다. 사흘이 걸린 일이었다. 약속한 절을 마치고 친견한 성철스님이 내린 법문은 한 가지. 


앞으로 매일 1천 배의 절을 해라. 


그녀는 그  날부터 지금까지 그 약속을 하루도 어기지 않고 있다 한다. 생명의 위기를 벗어났음은 물론, 화가라는 꿈도 이루었고, 지금은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뇌성마비 환자인 줄 알아보기 쉽지 않다고. 

3000번의 윗몸 일으키기. 3000번의 팔 굽혀 펴기. 그리고 일천배의 절. 많은 사람들에게는 평생에 겨우 한 번 도전해볼까 싶은 특별한 일이다. 그것도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말이다. 그런 일을 매일 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 도전을 매일 해냈기에, 그들의 삶은 결국 특별한 것이 되었다. 


전업 학생으로 하루 종일 도서관에만 박혀있던 시절, 하루에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초시계로 재어본 일이 있다. 순 공부 시간이 여덟 시간만 되어준다면 어떤 시험이든 합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순 공부 시간이란 쪼로록 화장실 가는 시간, 꼴깍꼴깍 물 마시는 시간, 꾸벅꾸벅 조는 시간을 제외하고 정말 시신경이 교과서의 글자를 수용하는 시간을 이야기한다. 나는 이왕 초시계를 재는 것, 기록을 세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에 나가는 운동선수처럼 엉덩이와 싸웠다. 


16시간 20분. 


새벽부터 자정까지 전력을 다해 엉덩이를 붙인 어느 날의 기록이다. 비록 그 날  하루뿐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랬다. 

전업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 전업 직장인에 파트타임 학생을 하다 보니 '특별한 도전'을 '매일' 할 수 있는 여건이 인생에서 어느 한 때에 주어지는 것임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하려면 없는 시간을 쪼개고, 다른 시간을 줄여 겨우 비집고 들어갈만한 틈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다. 서글프게도 말이다. 


이런 것이 나이를 먹는다는 의미일까.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간다면, 3000번의 윗몸 일으키기를 하듯, 3000번의 팔 굽혀 펴기를 하듯, 일천배의 절을 하듯. 독한 마음을 먹고 매일을 특별한 날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노력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임은,
노력하기 어려운 환경에 이르러서야 아는 것인가 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훗날의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노력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인지도 모르지. 하여 한 자라도 읽고 한 자라도 써야 한다. 하루에 3000개를 할 수 없으면 사흘에 할 일이요, 사흘에 할 수 없으면 열흘에 걸쳐서라도 하는 수밖에. 


꾸역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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