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재우 Aug 16. 2015

#94 실행이 가장 어렵다

그렇기에 가장 큰 보상은 실행하는 사람의 것이다

한국 생산성 본부에서 교육을 듣고 있다.  


'사업계획서 작성 실무'라는  20시간짜리 수업이다. 강의 중에 흥미 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화라고 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자도 소주 구입 명령 제도'라는 것이 있었다. 소주 시장의 독과점을 방지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목으로 소주 판매업자는 판매량의 50% 이상을 판매장이 속하는 시, 도에 있는 소주 제조장으로부터 구매해야 하는 제도다. 덕분에 제주도의 '한라산'이니, 광주의 '보해'니 하는 다양한 소주가 지방에서는 토호처럼 세력을 떨칠 수 있었다. 


어떤 분이 강원도에 소주 대리점을 열었다. 고향이 서울인 소주였다. 서울에서 귀농한 가족들이 간혹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시골 사람들의 텃세처럼 강원도 사람들은 강원도 소주만 마셔서, 곱상한 서울 소주가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기다리다 못한 대리점 주인이 팔을 걷어부쳤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음식점을 돌아다녔다. 이런 식이다. 부대찌개 집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면서,


"이모! 여기 부대찌개 큰 거 하나랑 서울 소주 세 병이요!"


서울 소주가 있을 리가 없다. 

이모가 대답한다.

"여기 서울 소주는 없는데 강원도 소주로 드시우."


그러면 대리점 주인은 자리를 턴다.

"아, 서울 소주 아니면 안 먹어요. 다음에 올게요." 


그리고 바로 옆 집, 이번엔 고깃집이다.

"이모! 여기 삼겹살 4인분 하고 서울 소주 두병!"


거기도 서울 소주가 있을 리 없다. 그렇게 저녁마다 가게를 돌아다녀서 서울 소주를 주문하고 다녔단다. 6개월을 하고 나자 그 지역에서 서울 소주가 진입할 수 있었다. 


강사는 이어서 이런 질문을 했다.


"비판하기, 대안 제시, 실행하기. 세 가지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어려울까요." 

작년인가 <실행이 답이다>라는 노란색 책이 베스트셀러 자리에 있었다.


제목 참 잘 뽑았다고 감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책은 제목 한 줄로 모든 것이 끝난 것 아닐까. 제목을 보고, '아하!'하는 깨달음이 머릿속에 번쩍 친다면 바로 그 길로 달려가 담배를 부러뜨리던, 영어 회화 사이트에 로그인하던, 냉장고 안에 있는 하겐다즈를 내다 버리던. 그냥 바로 실행해야 하는 것 아닐까. 


<실행이 답이다>를 보고, 마음이 동해서 그 앞에 멈춰 서서, 책을 펴고, 군데군데 읽고, '더 나은 내가 되리라'는 희망으로 책을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가지런히 앉아 저자의 주장과 깨알 같은 사례를 보며 '와 멋지다.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키운 채로 자리에 누워 하루를 마감한다면, 


땡.


오답 아닐까. 


서울 소주 대리점의 사장님은 경영학이나 마케팅 수업을 들은 적도 없는 동네 아저씨라고 했다. 아마 SWOT 분석이니 고객가치니 하는 말은 평생 들어본 적도 없을지 모른다. 알고서 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냥 실행했을 뿐이다.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 준비하지 않고 실행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지만, 준비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오직 실패만 있다. 

중국 제나라의 환공이 곽나라의 옛터를 지나다가 노인에게 물었다.

"곽나라가 망한 이유가 무엇인가?"


노인은 대답했다.

"곽나라 임금은 선한 자를 사랑하고 악한 자를 미워했기에 망했습니다. "


대답하는 바를 이상히 여겨 환공이 물었다.

"선한 자를 사랑하고 악한 자를 미워했다면 어진 임금인데, 어찌하여 멸망했는가?"


이에 노인이 대답했다.


곽나라 임금은 착한 자를 사랑하였으나 등용하지 못했고,
악한 자를 미워하였으나 버리지 못했으니 멸망하게 된 것입니다. 


비판하기 위해서는 지성이 필요하다.  

대안 제시를 하려면 큰 지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행에 나아가려면 더 큰 지성이 필요하다. 


비판, 대안, 실행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실행이다. 반성하고 계획했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 사실을 직시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게으르기 때문이 아니라, 실행하기가 가장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렵기 때문에 하는 해내는 사람이 적다. 따라서, 당연히 가장 커다란 보상은 '실행'에 대해 주어진다.  

실행하기를 도와주는 다양한 조언들이 있지만 내가 경험한 제법 효과적인 방법으로 이런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결심했다면, 그 결심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기 전에는 바로 지금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좋다. 단 한 줄을 읽어도 좋고, 팔 굽혀 펴기 10개를 해도 좋다. 첫걸음만 내딛어도 힘이 붙는다. 나루터의 배는 닻줄을 풀어놓기만 해도 저절로 흘러가는 법이다.  


저 하늘 어딘가에 천국 비슷한 것이 있어 그곳에도 비즈니스 스쿨이 존재한다면 벽에는 아마 이렇게 쓰여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비판, 대안, 실행 세 가지는 항상 어려울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실행이니라.


작가의 이전글 #93 행복하고 싶다면 더 바빠져 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