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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n 13. 2023

복장은 비즈니스 캐주얼로
입고다니시면 됩니다.

그렇게 모호한게 복장 뿐일까.

비즈니스 캐주얼은 애매하다. 


캐주얼한 비즈니스는 없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은 있다. 양복은 아니지만 양복이랑 비슷하게라도 입어야 하며, 편하게 입으라는 말이지만 너무 편해서는 안된다. 이 말을 듣는 직장인들은 다들 그 모호한 어느 지점에서 감을 잡고 '비즈니스 캐주얼'룩을 소화한다. 대부분은 크게 튀지 않게 잘 입고 다닌다. 다만 아침에 옷을 고를 때, '아 이런 옷도 비즈니스 캐주얼로 쳐줬으면 좋겠다' 하는 순간이 있고, 가끔 부장님들이 입고오는 '저스트 캐주얼'룩을 볼 때면 갸우뚱하면서 하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캐주얼 룩은 '비즈니스'룩, 즉 양복의 일정 요소들을 갖추되, 일부 요소에 대하여 편하게 입고다니는 복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면, 와이셔츠는 아니지만, 그래도 앞면에 단추가 일렬로 배열된 셔츠면 통과이다. 어쩌면 꼭 셔츠는 아니여도 되지만, '카라'가 있는 옷이면 통과이다. 바지로 말할 것 같으면, 양복바지는 아니여도 되지만, 그래도 앞을 지퍼로 잠그는 바지면 어느 정도 통과이다. 쳥바지는 어떻냐고 했을 때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나는 청바지는 캐주얼룩이 아닌가 싶다. 양복바지의 질감과 청바지의 그것은 차이가 많이 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좀 더 정성적으로 봤을 때, 비즈니스캐주얼룩은 내가 고객사 혹은 타 회사 사람들을 만날 때, 내가 어떤 회사의 일원이라고 표현하는데에 부끄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복장이어야 한다. 트레이닝 복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만약 청바지를 입고 갔는데, 찢어진 청바지라던가, 짧은 청바지를 입고 간다면 이것은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내 복장은 이 일에 대한 내 태도를 말해준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너무 편하거나 격식 없는 복장은 적절하지 못하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대에 복장으로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편한 복장으로 왜 나의 태도를 판단하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래서 나온 말이 비즈니스 캐주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이는 상대 회사의 인식에 따라 상대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그렇기에 비즈니스 캐주얼 룩은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런 모호성을 빌미로 그 틈을 파고드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캐주얼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주장하며, 마치 피서지에서나 입고 올 법한 복장을 하고 오거나, 미국의 어느 파티를 방불케하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오는 사람들말이다. 


그렇다고 이 기준을 없애는 것은 반대이다. 그러면 그냥 양복으로 회귀하는 회사도 있을텐데, 그런 분들이 느낄 불편을 생각하면, 애매한 기준이라도 있는 것이 낫겠다 싶다. 비즈니스 캐주얼이란 말이 생기고 나서 아무 탈 없이 사회가 잘 돌아갔는데, 굳이 애매하다는 이유로,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없애는 것은 억울하다. 


직장생활에서 모호한 것이 어디 비즈니스캐주얼이라는 복장기준 뿐이랴. 회사의 규정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고, 인간관계는 언제나 돌발상황을 가지고 오며,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판단의 결과가 항상 옳지도 않다. 이 수많은 모호함과 애매함에, 우리는 나름의 '해석'을 통해 나아간다. 규정의 해석, 관습의 해석, 부장님의 말에 대한 해석, 내 사수의 표정에 대한 해석. 그 해석의 결과에 따라 행동하며, 그 결과를 학습하며 이 조직에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도대체 이 놈의 회사는 왜 이렇게 돌아가는 것이냐 라고 불만을 가지는 것은 발전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적응에는 도움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경우, 적응이 발전에 우선하지 않는가. 일단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연한 것은 없고, 확실한 것은 적고, 판단할 것은 많다. 
오늘의 결정이 제발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기를.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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