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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d Silence Jun 14. 2023

탕비실의 위대함에 대하여

씁쓸한 직장생활에 달달한 위로

탕비실 잠깐 가실까요?


여러 회사를 다녀보진 않았으나, 탕비실의 관리 양상은 천차만별일 것으로 생각한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인력으로 관리하기도 하고, 트렌디한 스타트업들은 별도로 간식을 가져다 주는 서비스를 사용하기도 하고, 탕비실 자체가 없는 회사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는, 청소해주는 분만 따로 계시고 각자가 먹고싶은 과자를 회사의 비용으로 구입해서 채워놓는다. 즉, 막내인 내가 '알아서' 사서 '착착' 정리해 놓는 시스템이다.


탕비실이 사무실에서 갖는 위치는 특별하다. 제목은 위대하다고 까지 썻지만, 본문에서는 조금 겸손하게 쓰도록 한다. 출근 이후 퇴근까지 내가 가진 모든 멋짐과 능력을 발휘하여 회사의 일을 처리할 때, 혹시 잠깐 지쳤을 수도 있으니 회사가 마련해 놓은 조그만 공간이다. 그 안에는 각종 다과와 음료, 간편식이 있으며, 좋은 회사들은 과일과 고가의 아이스크림이 있다고 들었다. 그 화려함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내 눈앞에 있는 탕비실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공용'의 공간으로서 탕비실이 주는 위안이 있다.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을 누군가 물어본다면, 내 '자리'로 와야한다. 혹시 조금 먼 공간, 다른 층 혹은 다른 건물에 있다면 내 '자리'에 있는 전화가 울린다. 나는 이러한 요구들에 최선을 다해 답한다. 내 자리에는 내 피땀이 담긴 각종 자료들과 내 책임 아래 있는 많은 문서들이 있기 때문에, 공간이 넓고 좁음에 상관없이 무겁다. 그러나 탕비실은, 나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들르지 않는 참으로 소중한 공간이다. 게다가 지친 내게 달달한 많은 것을 제공해주기도 하니 이 얼마나 감동적인 공간인가.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이 탕비실은, 반드시 깔끔하고 다채로와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업무에 지친 직원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다과, 시원한 음료, 혹은 맛있는 음료로 업무의 지친 과정을 잠깐이라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탕비실이 어지럽다면 들어가기 싫을 것이고, 단조롭다면 업무만큼 지루할 것이다. 나는 이 회사에 들어와서 다양한 사람들의 많은 요구에 최대한 맞춰지는 탕비실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내가 관리하는 동안의 탕비실 관리 Process를 정리하고 있다. 일단 다과는 푹신한 종류와 단단한 종류를 나눠서 그 안에서 번갈아서 시켰다. 직원 중에는 건강을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니, 견과류 2종류를 꼭 시켰다. 운동하시는 분들은 단백질을 중요시하니, 단백질바도 종류별로 시키고 싶었지만 한 종류밖에 없었기에, 떨어지지 않게만 시켜놓았다. 그러다가 신제품이 보이면 소량으로 시켜두고 반응을 보았다. 좋으면 미리 정해둔 카테고리 안에서 또 번갈아 시켜 두었다. 조그만 캔디/초코바류도 일정량은 채워둬야 간단히 먹기 좋다.


음료의 경우에도 차/먹는 샘물/탄산을 나누어 번갈아 시켜두었다. 이 때, 수요가 많은 특정 음료들은 다른 품목 대비 2~3배 많이 시켜서 절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보관할 때에도, 실온보관/과일칸 보관/문칸보관으로 나눠서, 실온에서 냉장으로 넣었다가 바로 꺼낸 시원하지 않은 음료수가 없도록, 실온->과일칸->문칸보관 과정으로 보관했다. 물론, 실온 차음료를 원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몇개는 실온으로 보관해 둔다. 

이 외에도 너무 많지만 여기서 줄이기로 한다.


이렇게 탕비실을 정리해두면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 다른 직원분들이 시원하게 음료를 마시고 새로운 다과가 신기하다면서 가져가 드시는 모습이 괜히 마음에 안정을 준다. 아마 다음 막내가 와도 내가 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우리 회사는 막내가 언제들어올지 모르겠다. 내 연차가 많이 낮은 탓도 있거니와, 지금 사수분들이 매우 잘해주시기 때문에 나도 그거에 보답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탕비실의 좋고나쁨이, 직장을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결정되진 않지만,
모든 직장인들은 탕비실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품고 살 것이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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