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나의 자존감을 되찾기 위하여.
슬럼프가 온 것 같다. 일이 늘지를 않는다. 물론 회사의 탓을 할 수도 있다. 잦은 조직개편 탓에 업무가 1년이 채 안되어서 계속 바뀌고 있다. Follow up 을 열심히 해보려고 하지만 잘 되질 않았다. 그래도 저번 조직개편 때는 잘 따라가고 업무 기여도 할 수 있었는데, 이번 업무는 영 따라가기가 버겁다. 다행히 팀장님이 좋으신 분이라서 다 Cover를 해주시긴 하시지만, 떨어지는 내 자존감은 온전히 내 몫이었다.
이전 업무를 Follow하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먼저, 기존 품의를 찾아본다. 최초의 품의부터 마지막 품의까지. 보다보면 일상적으로 올라오는 품의는 눈으로만 보고, 중요 계약 및 의사결정과 관련한 품의를 중점으로 다운받아 저장해둔다. 언제 찾아볼지 모르기 때문. 인쇄해두는 방법도 좋은 것 같다. 확실이 하드카피는 소프트카피가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전 담당자의 관리파일을 훑어본다. 사실 이 파일만 잘 이해해도, 기존 프로젝트를 잘 이어갈 수 있다. 문제는 각자의 관리파일은 굉장히 비정형적이라는 점이다. 관리 스타일, 중점적으로 보는 요소들이 담당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History를 관리하고 정리하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또한 기존 프로젝트에서 쓰는 단어들 중에서는 내 귀에 익숙치 않은 단어들이 많다. 비단 필드용어 뿐만이 아니라, 생소한 영역의 용어도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놓치게 되면,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기에 무리가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머리에 담으려고 한다.
기존의 연락처들, Contact Point들을 승계받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전 담당자들과는 쉽게 진행하던 업무들을 나와 진행하면서 재정립하는 부분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그대로 이어 받겠지만, 내가 이어 받은 이상, 나의 관리 요소들이 첨가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은 귀찮을 수 있겠지만 이를 조정하는 것 또한 승계받은 나의 역할이다. 기존 관리요소들 중 간소화시킬 부분 들에 대해서 협의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이전 담당자와는 다른 나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부분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인 프로젝트라고 할 지라도, 시간은 지나고, 세상은 변하고, 회사도 변화한다. 프로젝트에 대한 회사의 시각은 과거와 달라질 수 있다. 이전 담당자는 일상적으로 관리했을지라도, 나는 달라져야 할 수 있다. 회사의 관점은 그대로라고 할 지라도, 일상적인 프로젝트를 성대하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여기서 과거와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고민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안해도 된다고, 의미 없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가 나의 목표이다.
연차가 차고, 직급이 오르면 위의 과정이 더 빨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머리의 용량은 점점 없어지는데, 공부할 내용은 점점 많아지고 다이나믹해졌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까지 잘못될 수 있을지 싶은 프로젝트도 있다. 하지만 나의 내년 평가는 이 프로젝트에 달렸다. 과거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달라야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한동안 힘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잘 보이지 않았고, 프로젝트도 이전보다 많이 방대했다. 따라가기 버거웠고, 점점 수렁에 빠지는 프로젝트를 보고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이대로 그냥 일상적인 프로젝트로 두어야 하나 싶었다.
그래도 나름의 노력을 해보기로 했다. 퇴근시간을 좀 늦추더라도, 오늘 다룬 이슈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15분이라고 잡았지만, 더 길어지는 날도 짧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시간들이 나를 일으키고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도록 이끄는 길의 첫 걸음이길 진심으로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