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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무새'가 되어, 과거를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과거의 나를 믿어주고 현재의 나를 격려하며 나아가기 위하여

by Loud Silence

잘 살고 있습니다. 어찌저찌 1인분을 하고 있습니다. 내 가족이 먹을 음식과 입을 옷을 사주고, 편히 누울 잠자리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신세한탄을 하지만, 친구의 한탄을 들어주며 서로를 위로하는 것 까지가 나의 1인분일 수 있습니다. 그 시절 꾸었던 꿈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음에 서로를 격려하곤 합니다. 상처받은 수많은 날들을 서로 기억하고, 그 상처로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났던 것까지 기억합니다. 그 당시보다 나아진 삶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나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아진 삶이 완벽하지 못하다는 것을 그 당시엔 알지 못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꿈이라는 건 미래의 좋은 점만을 고르고 골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수가 되고 싶은 아이들은 그들의 살인적인 스케줄은 잘 떠올리지 않습니다. 비록 들었다고 하여도 말이죠. 단순히, 가수가 된다면 치러야 할 비용정도로 생각할 뿐이죠. 의사라는 직업은 되기만 하면 일반인 대비 고소득을 보장하지만, 그를 향한 10년이 넘는 수련기간은 대체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막상 그 수련기간을 거친 사람들은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사람도 많고, 그 시간을 친구들과 많이 어울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는 합니다. 그것이 고소득의 대가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서 초심이란 것을 찾는 것 같습니다. 노래 가사 중에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나'라는 가사도 있죠. 분명히 수많은 갈림길에서 내가 이 길을 들어선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친구를 따랐을 수도, 남들의 눈에 맞췄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초심이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재의 길의 이유가 나에 대한 이유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나 할까요. 어떤 직업을 꿈꾼다면, 그 직업의 수입이나 명예 같은 것들이 오히려 사람들을 움직인다고 느껴집니다.


그렇다고 한들, 우리는 여전히 이 길 위에 서있습니다. 어쩌면 다시 돌아가기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돌아가기가 싫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기사에나 나올법한 일이고, 모든 사람이 그럴 수는 없으니까요. 어쩌면 그런 기사들과 영웅담들이, 반대로 직업을 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렵게 긴 기간 공부를 했지만, 다른 길을 찾는 사람들. 그런 열정이 있었으면 처음부터 그 길을 갔었다면 어땠을 까요.


'껄무새' 같나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이 길이 아쉬울지언정, 우리가 선택한 길이고, 완벽하지 않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껄무새'가 되어, 과거의 다른 선택에 대한 동경이 없는 사람보다 다른 선택을 아쉬워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겁니다.(통계는 없습니다.) 그런 후회들을 근거로 나를 바보취급하는 것은 너무 엄격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전 국민 대부분이 바보라는 얘기인데, 그건 바보의 정의에 어긋나는 것 아닐까요.


요즘 드는 생각은, 미래만큼 과거도 흐릿하다는 것입니다. 내가 과거에 한 선택의 순간, 그때의 모든 것을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10가지 이유로 이 길에 서있다면 한 6~7가지는 생각이 나는데, 그것 만으로 이 길에 서 있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입니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다가올 미래에 무엇이 올지 모르는 것처럼, 지나간 과거에 내가 왜 그랬는지도 이해가 안 가는 것. 결국 둘 다 내 눈앞에 있는 것은 아니고, 내 머릿속에 흐르는 것은 아니다 보니 그런 게 아닐까.


그런데, 목표를 세우고 노력했다는 그 한 가지 사실은 뚜렷합니다. 어떻게 노력했는지는, 과장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아지려 했다는 점 하나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후회는 짧게만 남겨두고, 다시 목표를 세우는 겁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도 생각해 보는 겁니다. 그것이, 과거의 나를 다시 믿어주고 지금의 나를 나아가게 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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