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장마는 끝낼 수 없어도, 마음의 장마는 끝낼 수 있어요.
성시경의 노래 중에 '그 자리에 그 시간에'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가 오묘하게 들려 알게된 이후로는 주기적으로 들을 뿐만 아니라 기타 악보도 사서 외워 두었다. 남녀가 이별하고, 우린 왜 이별 했을까를 다루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듣게 만드는 가사는 '그 자리에 그 시간에 헤어질 차례가 되어 놓여졌던 걸까요'이다. 듣는 순간 멍해진다. 사랑과 이별은 순간순간의 느낌과 판단으로 내가 결정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인생에서 온전히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순간의 것들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 내 노력은 최선이었을까, 상대방도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며.
그러다가, 과연 나의 최선과 상대방의 최선이 닿았다면 우린 이별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면, 그건 또 아닌 것이다. 헤어질 만 해서 헤어졌고, 그래서 다시 만나지 않았다면, 우린 그런 운명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시간이 지났고, 내가 더 이상 어쩔 수 없었다는 것, 다만 사랑을 시작할 때는, 그것을 모르고 시작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우리는 시간을 알 수 없고, 시간을 이길 수 없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것들이 그렇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많은 것들이 있다. 학창시절에는 공부를 했고, 대학시절에는 밴드를 했으며, 전역 후에는 취직준비를 하였고, 취직 이후에는 열심히 커리어를 위한 노력과 함께 투자를 병행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과거에 모든 일에 대해 성공한 것은 아니라서, 아쉬운 점은 무수히 많지만, 그렇다고 돌아갔을 때, 얼마나 지금이 달라질지는 또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냥 내 앞에 컨베이어 벨트에 나만의 인생이 흐르고 있고, 나는 그 벨트위에 있는 많은 것들을 요리조리 만들었을 뿐이다. 물론, 사람마다 컨베이어벨트에 올라오는 것들이 다르겠지만.
모든 일들은 그렇게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고 나는 따를 수 밖에 없다고 하지만, 오늘만은, 이 글에서 만큼은 다르다고 생각해보려고 한다. 혹자는 후회는 사치라며, 현재에 대한 불충이라며, 후회를 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고, 나 역시 일부 동의하지만, 오늘은 뭔가 후회를 해보고 싶은 날이다.
그 날 내가 그 사람을 안아줬다면 우린 헤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때, 내가 공부를 더 열심히 했었다면, 나는 더 빨리 취직을 할 수 있었다. 똑똑한 친구가 하는 말을 듣고 도전해봤더라면, 나는 더욱 큰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운동을 좀 더 열심히, 똑똑하게 했더라면, 내 몸이 지금보다 더 건강했을 것이다. 그 때, 그 루틴을 멈추지 않았더라면, 나는 더욱 나은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후회만 떠오르는 날이면, 그날 마음속은 장마인 것을 안다. 그래도, 한 번 내 마음을 흠뻑적셔보자. 대신, 그 후회를 딛고 지금 여기 서있는 나의 모습으로 마무리 하자. <반지의 제왕> 2편의 마지막에 주인공은 이 고된 여정을 끝내고 싶어한다. 그러자 동반자이자 절친한 친구로 등장하는 인물이 나와 "그래도 우린 여기 있잖아요"라며 주인공을 위로한다. 마치 어떤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서있는 우리를 대견해하며 결국 앞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화려한지, 볼 품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객관적인 평가로 살아가는 인생은 평생이 장마일 것이다. 지금 내 인생은, 내 과거의 최선이 모인 결과이며, 후회가 남는다면, 앞으로는 그런 후회가 없도록 하면되고, 그것이 과거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는 나의 태도 이며, 결국 여기 서있는 나를 아끼고 사랑하며, 내일을 향해 나아가길, 우리 모두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