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지만, 매일 아쉬워, 매일 그리운
퇴근하고 저녁을 다 먹고나면, 집 안에서 오롯이 내 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아직 결혼과 육아에 돌입하기 전이거든요. 내 시간을 쓴다는 것은, 내게 하얀 도화지와 같습니다. 누구의 압박도 없고, 오로지 나의 욕망만이 가득한 시간. 근로소득자의 특권이라고나 할까요. 이 시간을 더욱 멋지게 만들기 위해, 근사한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고르고 재생합니다. 조용한 공간에 처음으로 음악이 퍼지는 그 순간,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등장하듯, 내 집에서 내가 등장합니다.
나는 주인공이지만 감독이기도 합니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지를 정해야 합니다. 오늘 근무가 힘들었다면, 마냥 지쳐 쓰러져 뒹굴어도 됩니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커리어 공부 혹은 투자 공부를 해도 좋겠군요. 생각이 많은 밤이 될 것 같다면,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써도 좋습니다. 그럴 기분이 아니라면, 취미생활을 해도 좋겠군요. 전 기타를 칩니다. 매일 똑같은 레파토리의 노래를 치지만,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소리와는 다른 아날로그 소리, 그것도 내가 만들어낸 소리는 나의 마음을 더 위로해줍니다.
미치게 기쁜 날이라면, 소중한 사람한테 전화를 해서 그 감정을 나누어 보세요. 그러면 오늘이 길이길이 기억될 것 같아요. 반대로 극심한 우울에 시달리는 날이라면, 무작정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해보세요. 거리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기만 해도, 위로가 될 수 있어요. 세상 사람들은 정말 다양하잖아요. 나 하나 하고싶은 대로 산다고 해서 세상이 뭐 얼마나 바뀌겠어요? 그냥 해보고 살아보는거죠.
개인적으로 약속도 없고, 별일도 없는 날이라면,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운동이 가장 시작하기 쉬운 생산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SNS에서 본 멋진 몸을 가지면 좋겠지만, 그런 몸이 목표가 아니더라도, 그저 땀을 흘리고, 몸을 가꾸는 행위를 하는 과정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주식 공부 같은 것도 그래요. 종목을 골라보고, 내가 고른 종목의 추세가 어떤지 확인해보고, 내가 뭘 잘 한 것 같은지, 뭘 잘 못 본 것 같은지를 점검해보면, 내일의 수익률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면서요.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남기는 것도, 더 몸에 익숙해지면 좋겠습니다. 지나간 기록을 보는 건 대단한 힘을 갖고 잇더라구요. 변변치않은 글을 읽어준 여러분에게 새삼 감사드립니다.
혼자살지 않고, 배우자 혹은 아들딸과 함께 사시는 분들에게도 사실 이 시간은 소중하죠. 물론 혼자서 보내는 시간은 아니지만, 장단점이 있잖아요. 의무가 좀 더 있지만, 그래서 육아퇴근을 하면 더 짜릿해 보이시던데요?(영상으로만 봤습니다.) 자고 있는 아이들도 엄청 예쁘잖아요. 나를 닮은, 나만 바라보는 존재의 소중함을 공통적으로 말씀하시더라구요.
또 이렇게 하루가 갑니다. 어떤 연예인이 인생은 기분관리라고 하더라구요.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든지 간에 지금 자기 전의 기분은 내일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소중한 나 자신, 행복하자 하면서 주무시는 거 어떤가요. 그러니까, 잘 잤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잘 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