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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가 20대보다 더 힘들어요.

그래서 이번 주말 이틀은 내리 혼자 쉬었어요.

by Loud Silence

원래 있던 토요일 약속이 취소됐다. 만나기로한 변호사 친구는 너무 바빠서 주말에 틈을 낼 수 없다고 했다. 작년에 신입으로 들어간 친구는 꽤나 고생 중인 것 같다. 여유가 있을 때나, 심지어 시험이 코앞일 때도 먼저 만나자고 많이 하는 친구였다. 신입 변호사로 로컬 법무법인에 들어가더니 일을 배우는데 꽤 애를 먹고 있나보다. 약속이 하루 전에 취소되어 기분이 나쁜 것 보다, 친구의 안위가 걱정됐다. 스스로를 스스로 갉아먹는 경향이 있는 친구 이기에 너무 애쓰지 말라고 하며 전화를 마쳤다.


느즈막히 일어나 점심을 먹는다. 최근에 소고기 된장찌개를 하는 법을 백종원 선생님의 유튜브를 보고 배웠는데, 아주 만족스럽더라. 꼭 중간에 한 번 완전히 식히고 다시 끓이라고 하더라. 경험상 엄마의 된장찌개도, 끓인 날 보다 다음 날 먹으면 더 맛있었다. 그 규칙까지 완전히 지킨 된장찌개는 정말 유용했다. 계란후라이만 한두개 곁들이면 그만한 자취식사가 없다. 된장찌개와 된장국은 간을 된장으로만 맞출건지, 소금과 간장을 쓸건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된장으로만 간을 하는 된장찌개는 짭잘한게, 밥도둑이 따로 없다.


여유있게 운동을 간다. 최근 골반의 전방경사를 고치는 데 안간힘을 쓴다. 골반과 코어가 무너진 상태로는 3대운동이 아무 소용이 없었다. 최근 이수지라는 개그우먼이 필라테스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골반의 중요성을 얘기하는데 마침 나도 느끼고 있던 터라 공감이 갔다. 무너진 골반은 척추와 어깨를 웅크리게 하고, 나는 이것이 소화불량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조금씩 고쳐나가고 있는데, 몰라보게 소화력이 좋아지고 있음에 감사하다. 거의 10년을 앓은 소화불량이었는데, 이만큼 나은 적이 있나 싶게 나아지고 있으니, 너무 늦지 않나 싶지만, 그래도 낫기만 하다면.


어쩌다가 한 베이커리카페를 알게 되었는 데, 컨셉이 단팥빵을 주로 파는 것이다. 궁금해져서 해당 브랜드가 입점한 근처 대형 쇼핑몰을 가보았다. 사람이 많이 앉아있어서 처음에는 앉지 못했다. 잠깐 지켜보니, 사람들이 간식용으로도 많이 사갔다. 선물용으로 전략을 펼쳐도 괜찮겠다 싶었다. 빵의 종류는 7~10개 정도로 적당히 다양했다. 우유소금크림단팥빵을 먹어봤는데, 맛있었지만, 단팥이 더 많이 들어갔으면 했다. 살짝 느끼했으니. 주변을 보니 은근히 팥빙수를 많이 시켜먹었다. 1~1.5인분 정도로 보였는데 가격이 꽤 나가는 것을 보고, 국내산 팥이 많이 비싼가 싶었다. 두 층위의 팥빙수 전문점은 같은 가격으로 거의 2~3인분의 양이 나오니 말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반응은 괜찮았다. 맛은 먹을만해 보인다.


대형 쇼핑몰에는 입점업체가 다양해서 구경거리가 많다. 가구점, 자동차 쇼룸(?), 인테리어, 옷가게, 악기 상점 등등. 애플의 맥미니 M4가 아주 가성비로 보인다. 89만원의 가격으로 저만한 성능을 뽑아내는 컴퓨터는 없을텐데.... 그리고 너무 귀여워 보였다. 볼보의 V60을 보고 싶었는데, 예전에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신규모델로 대체되어 볼 수가 없었다. 옷가게 몇 개를 들어가 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한 번 바깥구경을 하고 집에 오니, 이제 나만의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예전에 미국주식과 한국주식을 나름의 기준으로 스크리닝하고 팔로우 했었다. 그러다가 한 번 크게 벌고, 또 크게 잃어 본전이 와서 재미를 잃었는데, 결국 투자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을 떠나지 않을 방법을 모색해본다. 컴퓨터에 앉아 다시 나의 루틴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투자 일지를 손으로 쓰기로 했다. 메모앱 같은 것을 활용해보았지만, 결국 수기가 가장 나를 일깨운다는 생각이 들어 노트를 하나 샀다. 오늘의 고민을 한 장에 요약해서 적고, 몇 가지 종목을 적고, 오늘 날짜를 적는다. 잘 보이는 곳에 올려둔다. 이제 퇴근하고 루틴하게 저 노트를 update 할 수 있도록 기도해본다.


30대 초반이 많이 지났다. 30대가 다 지나면, 분명하게 이룬 것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커리어적으로, 가정적으로. 어떻게 보면 20대보다 바빠보인다. 능력에는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20대를 잘 보내기도 힘들었는데, 30대는 아마 더 힘든 것 같아 보인다. 20대에 좋아하는 것을 좀 미루면, 30대엔 좀 여유있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쉽지 않다. 짧지 않은 시간에 많은 기회가 있었던 것 같은데, 너무나 많이 놓쳤다. 하지만 놓친 것에 안타까워하기에는,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조급하다. 차분하게 다음 기회를 노려본다. 20대보다 바쁜 것에 더해 더 긴장된다.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편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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