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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방 문을 열자 작업 공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가운데에는 크고 튼튼한 테이블 세 개를 붙인 작업대가 있었다. 작업대가 모인 한가운데에는 나무 수납함이 있었다. 안에는 자, 펜, 칼 등 자주 사용하는 도구들이 있었다. 본드 병과 헤라들도 보였다. 빠르게 도구를 교체하며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밝은 조명 아래 주변의 집기들도 눈에 띄었다. 가죽을 정밀하게 자르고 붙이기 위해서는 사무실과 같은 밝기가 필수적으로 보였다. 한쪽에는 가죽들을 걸어 놓은 행거가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재봉틀 두 개가 있었다. 출입문 옆에는 선생님이 직접 만든 견본 가방들이 선반에 놓여 있었다.
오늘 작업은 버킷백이었다. 견본 가방을 봤다. 바닥은 모서리가 둥글게 재단된 사각 형태였다. 바닥판을 중심으로 옆판이 하나의 긴 패턴으로 둘러져 있어, 모서리가 부드러운 사각기둥 형상이었다. 옆판 상단에는 아일렛으로 장식된 구멍들이 있었다. 구멍을 안팎으로 교차하며 통과시킨 가죽 끈으로 입구를 복조리처럼 오므리는 구조였다.
첫 번째 작업은 패턴 만들기와 재단이었다. 먼저 가방의 바닥면 크기와 높이를 정했다. 재단을 위한 패턴지가 준비되었다. 학창 시절 쓰던 도화지보다도 조금 더 두꺼웠다. 중심선을 잡고, 좌우 대칭인 패턴을 샤프와 자로 그렸다. 바닥부터 옆면, 위쪽까지 그린 후 잘라냈다.
패턴지와 같은 모양의 가죽을 재단할 차례였다. 가죽원단, 패턴과 철제 자를 포갠 후 왼손을 얹어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칼질을 했다. 재단된 가죽 원단은 왼편으로, 재단 후 남은 가죽 조각은 작업대 위쪽으로 밀어내어 구분했다.
본드 병의 뚜껑을 열고, 약간 휘는 정도의 딱딱한 플라스틱 헤라를 안쪽에 담갔다. 헤라를 들어 올리자 노릿하고 투명한 본드가 묻어 나오며, 병 안쪽으로 길게 늘어졌다. 병 입구에 헤라를 대고 밖으로 그어서 과하게 묻은 부분을 한 번 떨어냈다.
재단된 가죽의 뒷면을 위로 두고 작업대 몸 쪽 끝에 정렬했다. 가죽 위에 헤라를 얹었다. 헤라를 끌어당기듯 쓸며 접착면 전체에 본드를 펼쳤다. 본드는 표면 위에서 얇게 퍼지며 번들거렸다. 칠해진 면의 색이 어두워지며, 빛을 받아 미세하게 반사되는 막이 생겼다.
본드 칠이 된 원단들을 맞댔다. 옆판 두 장과, 옆판들 사이를 이어 줄 작은 원단의 위치를 맞추고 조금씩 위치를 조정했다. 어느 쪽은 이음매 원단이 왼쪽으로, 다른 쪽은 오른쪽으로 비뚤어졌다. 그런 부분을 잡아 뜯고 본드를 발라 다시 바르게 붙였다.
지갑보다 바느질 양이 훨씬 많아 보였다. 접착된 긴 옆판을 타공판으로 가져갔다. 이음매와 옆판 원단이 접착된 부분에 구멍을 뚫었다. 목타는 두 날, 다섯 날, 열 날 짜리가 있었다. 고무망치로 목타를 치면 날이 가죽들과 아래 깔린 고무판을 동시에 꿰뚫었다. 가죽을 잡고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날을 뺐다.
이번 작업에 사용한 슈렁큰 가죽은 표면의 광택이 적고 오돌토돌한 특유의 패턴이 있었다. 얼핏 보면 목타 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허리를 구부리고 가죽에 얼굴을 가까이 댔다. 빛을 비스듬히 받도록 돌려보며 타공된 자리를 확인했다. 구멍은 일정한 간격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뒷짐을 지고 공방을 돌던 선생님이 옆을 지나가다 걸음을 늦췄다.
“어느 회사 다니세요?”
망치를 내려놓고 회사 이름을 말했다. 선생님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 회사 다니는 수강생이 있어요.”
고개를 들었다.
“주말은 아니고, 평일 저녁반이에요.”
선생님은 내 작업 내용을 훑어보며 말을 이었다.
“그 친구는 이 공방에서 배운 지도 7년쯤 되었네요. 웬만한 가방은 다 만들어 봤어요.”
선생님은 다시 지나쳐 갔다.
세 시간이 지났다. 오늘 진행할 분량은 여기까지였다. 버킷백의 바닥판과 둥글게 이어진 옆판이 결과물로 남았다. 옆판을 큰 쇼핑백에 넣어 챙겼다. 옆판들과 이음매를 겹쳐 뚫어놓은 구멍을 따라 바느질을 하는 게 숙제였다.
집에 왔다. AI에 묻기 전에 스스로 찾아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인터넷 브라우저의 탭이 늘어갔다.
해외 가방 공장에서 제작 공정을 보여주는 영상들이었다. 재단, 재봉틀, 옆면 엣지코트 마감 등 공정 전반. 각 내용을 살펴봤다.
모든 작업들은 빠르고 정확했다. 프레스 기계가 큰 원단을 한 번 누르면 가방 하나의 모든 부위가 재단되었다. 재봉 작업은 직선과 곡선 구간에서 막힘이 없었다. 긴 원단을 세우고 작업대 위 롤러에 통과시키면 엣지코트가 깔끔하게 발려 나왔다. 모든 작업은 빠르게 재생하지 않아도 쇼츠로 편집 가능한 속도였다.
상상해 봤다. 그들의 작업 속도와 급여에 따른 생산성이 어느 정도일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방들과 가격표가 떠올랐다.
웹브라우저의 탭이 계속 늘어갔다. 서재 안은 조용했다. 키보드 소리는 점점 줄었다. 마우스 버튼 소리만 가끔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