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도 재밌어야 오래간다
부부끼리 전생체험 해보셨나요?
아직도 안 해보셨다고요?
결혼 전 시누이가 추천해 준 손금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재미 삼아 본 건데, 결과적으로 보면 얼추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손금을 봐주시는 분이 전생도 봐준다고 했었는데, 그때 뭣 때문인지 안 보고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머지않아 우리는 결혼을 했고,
명절 때 시댁에 갔다가 시누이에게 손금을 보는 이야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전생이 화두에 올랐다.
시누이가 그건 얼마든지 유튜브로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전생 체험을 유튜브로 한다고요?"
"찾아보면 많이 있어요. 대신 혼자 하지 말고 꼭 둘이 하세요."
혼자 하다 보면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니, 조금 소름이었지만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
아무튼.
재미삼아 해볼까?
하고 시작한 전생 체험 이야기다.
어느 주말 오전,
우리는 이제 막 꾸린 신혼집 침대에 나란히 누웠다.
유튜브로 '전생 체험'이라 치고 나온 아무 영상이나 틀었다.
그 영상이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생각이 안 나지만,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시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지금 눈앞에 무엇이 보이시나요?"
나는 심리적 긴장이 높은 사람이라 내가 최면에 걸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뭔가 눈에 씐 건지, 상상인지 생각인지 갑자기 훅 이미지가 눈앞에 그려졌다.
난데없이 나는 하얀 말을 타고 있었다.
말 안장 위에 올라가 앞뒤로 움직이는 내 발이 보였다.
아주 고운 하늘색 비단으로 만든 한복을 입고, 옆에서 남자아이가 내 말을 끌어주고 있었다.
나는 조선시대 귀한 집 자식 그 자체였다.
순간 '그럼 그렇지 내가 양반이 아닐 리 없잖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 뭐 돼?" 같지만 그 생각이 아주 자연스러웠다고 해두겠다.
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집에 다다르자,
누마루 같은 높은 곳에서 아버지로 보이는 분이 서계셨고,
아래는 어머니 그리고 개나리색 치마를 입은 8살 정도 돼 보이는 누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라버니~~~~”
이때도 '그래, 내가 남자가 아니었을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며,
파밧, 최면에서 깨어났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남편이 “어, 어” 하고 나직한 탄성을 내뱉었다.
.
나는 양반이었는데,
너는 대관절 무엇이었느냐.
솔직하게 고하거라.
남편이 깨어나자 하는 말.
“발, 발이 보였어."
"오, 나도 발부터 보이더라."
"나는.... 맨발."
"발? 맨발?"
(오, 일단 양반은 아니고)
"어 그리고 발이 까맸어"
"발이 까맸어?"
(오케이, 확실히 양반은 아니고)
그는 인도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아이였다. 수드라 출신의 아이.
내가 이겼네?
사람이 이렇게나 유치하다.
신분이나 계급으로 관계에서의 우위를 점하려는 이 옹졸하고 아둔한 마음을 알아채고 서둘러 거두었지만,
웃음이 나오긴 했다.
"그러니까, 인도 사람이었다는 거지?
그래서 인도를 그렇게 갔나?"
짝꿍은 인도를 사랑한다. 세 번이나 갔다 왔고, 한 번 갈 때마다 오래 머물렀던 나라 중에 하나다.
그러니 자신이 평소에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이미지가 불현듯 떠올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전생을 봤다기보다는 상상이나 생각의 연장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극 드라마나 영화를 거의 보지 않는 나는....
전생에 진짜 양반이었...? ㅋ
깔깔깔.
우리는 전생체험 하나로 어느 한갓진 주말 오후를 깔깔거리며 보냈다.
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제일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재미 혹은 유머인 것 같다.
서로의 웃음 유발 포인트를 알고, 웃길 수 있으며,
기꺼이 웃어줄 자세도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서로를 위해 기꺼이 곡예사가 되기도 하고,
스탠딩 코미디언이 되기도 한다.
여하튼 전생 체함이 웬말이냐, 싶으시겠지만 재미로, 웃음이 필요할 때 함께 해보기를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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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도 합니다.
전생체험은 아이를 낳기 1년도 전의 일인데,
전생에 입고 있었던 그 하늘색 한복 꿈을 친정엄마가 태몽으로 꿨어요.
"네가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떡을 맞추러 떡집에 갔는데 수수팥떡 위에 하늘색 한복이 곱게 개어져 있더라고. 그게 내 거라고 가져가라고 해서 들고 왔지."
아이가 태어나고 돌잔치 사진으로
우연히 고른 아이 한복 색도 하늘색이랍니다. 먼저 고른 저의 한복 치마가 연한 노란색이라 맞추려고 고른 것인데.
남자아이니까 그냥 하늘색으로 고른 게 아닌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