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사랑받고 싶었다 1

지민 (1)

by 여전히 나인



어스름한 저녁, 여느 날처럼 방 안에 누워 남자 사냥에 나섰다.

온라인으로 남자를 꼬시는 건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였다.

성별을 드러내기만 해도 수없이 많은 남자들이 날 어떻게 해보려고 안달이었다.


‘오늘은 얘다.’


대화를 좀 나눠보니 다행히 정상적인 인물이었다.

나랑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자기 연구에 대한 열정도 있는 사람이었다.

오늘 바로 만나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1.5km 거리에 살았고, 중간 지점에서 만났다.

직접 만나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외모도 준수했고, 대화 방식도 나름 괜찮았다.

다만 어딘가 ‘거칠다’는 인상이 있었다.

‘반항심’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 애는 날 처음 봤을 때부터 어색한 기색이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우리가 동갑이라는 걸 확인하자 내 의사도 묻지 않고 반말을 했고,

온라인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것 따위는 별 일도 아니라는 듯 센 척을 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지민이었다.

중성적인 이름, 좋았다.


우리는 편의점 앞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눴고, 자연스럽게 우리 집으로 향했다.





나는 남자들과 쉽게 잤다.

그들은 나를 원했고, 나는 그에 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만남이 반복될수록, 난 남자들을 어떻게 안달나게 할지 더 잘 알게 되었다.

자고 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나를 더 좋아했다.

그들은 나와의 경험이 이전과는 달랐다며 흥분했다.

난 그게 내 무기라 여겼고, 그걸 자주 이용했다.


나는 그들이 나를 욕망하는 순간, 사랑받고 있다고 착각했다.

그리고 그 착각을 수집하듯 반복하며, 내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나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섹스를 통해 나를 좋아하게 된 그들의 얼굴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를 보고 얼마나 그들이 흥분하는지, 나를 얼마나 원하는지가 항상 궁금했다.


욕망받는 것으로만 사랑을 확인하는 방식.

그건 사랑이 아니라 결핍이었다.





나는 남자와의 관계를 오래 지속하지 않았다. 몇 번 만나고는 싫증이 났다.

그들은 내 트로피 같은 거였다.

내가 사랑받을 만한,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장식.


하지만 지민은 좀 달랐다.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고, 곧 깊은 사이가 되었다.

그와 깊이 친해진 건, 아마도 ‘엄마’ 이야기 때문이었다.


지민은 숨길 법한 가정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우리 아빠는 여자가 끊이질 않아. 최근에 결혼한 사람이 아마 다섯 번째 부인일걸?”


“이번에 또 나한테 500만원 송금했던데, 도대체 어디서 돈을 벌어오는지 모르겠어. 갑자기 이렇게 큰돈이 턱턱 생기는 건 도박 아니냐?”


“우리 엄마는 나 어렸을 때 진즉에 집 나갔지.”


나는 이런 말에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 잘 몰랐다.


처음엔, ‘그랬구나, 네가 힘들었겠다.’ 같은 어색한 말을 했지만 곧 그만두었다.

지민이 그런 가식적인 대답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내 이야기를 꺼내 보였다.


“나도 엄마가 나 버리고 갔어. 그 뒤로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고.”


그러면 지민은 거칠게 말했다.


“애는 왜 쳐 낳고 버리는 거야? 나는 애 낳지 말아야지.”





그와의 관계가 지속되자 나는 마음이 좀 복잡했다.

지민이 엄마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낼수록, 그가 실제로는 아무렇지 않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엄마가 보고 싶지 않냐고 물으면,

지민은 “그 썅년이 왜 보고 싶냐”며 단호하게 말했지만, 나는 그 말 안에서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날 버린 엄마가 너무 야속해.’


그리고 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지민을 통해 나를 보았다. 동시에, 지민도 나를 보면서 자신을 보았을 거라고 여겼다.

지민은 무한한 사랑을 받아 마땅한 대상이었다.


나는 내가 그 애라도 된 양, 동시에 내가 그 애 엄마라도 된 양 무한한 사랑을 해야 할 의무감을 느꼈다.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꺼냅니다.

오래된 기억과 감정들을 지나, 여전히 나인 나로 살아가며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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