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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ee Aug 29. 2016

운수 만든 날

김첨지는 무엇을 잘못했나

일본의 한 야구선수가 고등학교 때 만들었다던 goal table을 본 적이 있다. 역시 성공은 디테일에서 오는구나 생각하던 차에 눈에 들어온 목표가 있었다. 제구, 구위, 스피드라는 목표 속에서 ‘운’이라는 [목표]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의아했다. 운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오늘의 운세에서 말하듯 운은 우리의 소관이 아니었다. 하늘의 기운과 나의 기운이 만나 나의 운이 정해질 뿐이었다. 사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정하여져 있어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천운], 그러니까 운은 우연의 산물이다.


그리고 우연이 삶을 통제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살로 느끼고, 뼈로 경험한다. 완벽이라고 믿었던 계획도 미끄러지고,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에도 미끄러진다. 내 이럴 줄 알았나? 몰랐다. 사건의 후에 ‘내 갈팡질팡하다 이럴 줄 알았지’, 하고 후회할 수 있지만, 사건 중에 우리는 그리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삶의 달인들은 그 우연을, 슬픔을, 미끄러짐을 디폴트로 생각하고 끌어안고 가라 말한다. 삶이라는 항해에 있어 우연은 바람 그 자체이다. 삶을 움직이는 가장 큰 요인,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돛의 방향을, 키의 방향 움직이는 것뿐이다.


야구선수의 운이라는 목표를 위한 행동은 이랬다.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부실 청소, 물건을 소중히 쓰자, 심판분을 대하는 태도, 책 읽기, 플러스사고, 응원 받는 사람이 되자. 


나비효과일까. 8개의 행동들은 키를 움직이는 것이다. 바람이 언제 불어올지 모르지만 바람이 분다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를 움직이게 해줄. 어쩌면 우연이란 말은 정말 무책임하고, 게으른 말처럼 들리지만 다시 곱씹으면 무척이나 잔인한 말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모든 상황에 준비하라는 협박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인사하기, 쓰레기 줍기 정도로 큰 행운을 만날 수 있다면 기꺼이 좋은 습관을 만들어야지.


문득 내가 헤어졌던 이유는 나의 이기심과 너그럽지 못함이 아니라 내가 그녀를 만나러 갈 때 귀찮아서 안경을 쓰고 만나서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머리 손질이 귀찮아 모자를 쓰고 가서가 아닐까. 행복해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 이라고 먼 옛날 철학자가 말했었다. 참 좋아하는 말인데, 이 말을 좋아만하면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 마냥 우쭐했다. 좋은 습관을 가지고 싶다. 


운수 좋은 날, 보다 운수 만든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우리를 만든다. 그러므로 위대함은 하나의 행동이 이니라습관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우연과 질서의 대결이었던 영화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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