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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ee Sep 18. 2016

진정한 자아실현은 6시 이후에

연휴가 끝이 났다.

석희 아저씨는 하반기 공채가 시작됐다 말하며 이번에도 힘들 것이라며, 기업은 신규 채용을 10% 줄인다는 기사를 연이어 보도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라는 말로 위로하기엔 너무도 시간이 지났다. 청년 고용률이 올랐던 때가 있기나 했던 걸까.


문득 의문이 들었던 것은 꽤나 오래 전이었다. 왜 모두다 일(노동)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하라고, 왜 이게 당연시 되는 것일까. 꿈을 물어 봤을 때 ‘직업’이 나오는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까. 


일상적 자아실현을 말하면 철 없는 어른 취급 받기 딱이다. 그래도 나는 말하고 싶다. 진정한 자아실현은 6시 이후에 이루는 것이라고. 얼마 전 히로카즈 감독의 ‘태풍이 지나가고’를 봤다. 되고 싶은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험난한 과정인지를, 그리고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세상 일이 ‘어쩔 수 없이’ 그렇다는 것을. 직업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다. 원하는 직업을 모두 가졌다면 지금 우리 이렇게 살고 있지 않으리라는 건 모두가 매일 소주와 함께 되풀이 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항상 어렸을 때부터 그 ‘비정상’을 숭배했다. 나는 인서울 할 거라 믿었고, 나는 대기업 갈 줄 믿었고, 그래서 보통의 삶을 깔보고, 무시하며 “나는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거야!” 하며 세상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는 아버지의 말투, 욱함, 그리고 직업(계급). 그때야 알아버렸다. 이것이 니체가 말했던 영원회귀인 말인가. 


사춘기, 뭉크



자아실현은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삶 동안 최대한 많이 하는 것,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을까. 그래서 나에게는 6시 이후가 중요하다. 내 좋아하는 책도, 영화도, 자전거도, 사진도 모두 6시 이후에 가능하기 때문에. 내가 남들보다 ‘잘’했다면 직업으로 택했겠지만 그저 나는 남들보다 ‘좋아할 뿐’이다. 내 자아는 6시 이후에 실현된다.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되고 싶은 사람이 돼버린 어른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다시 꿈을 꾸자. 꿈이라 적고 6시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나가자. 내가 바라는 일말고 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인가. (뭐, 정말로 바라는 것이, ‘일’이라면 어쩔 수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위의 말이 맞는다, 해도 절망 할 수 밖에 없다. 사실은 6시 이후의 삶을 보장 받는 삶들이 너무도 적기 때문이다. 빼박 CAN'T. 한국에선 노동적 자아실현도, 일상적 자아실현도 말할 수 없다. 자아실현을 못하는 인간은 대체 무엇인가. 대통령께서는 헬조선이라는 ‘자국 비하 발언’은 사용하지 말라 하시지만, 어찌 내뱉지 않을 수 있는가. 


연휴가 끝났다. 꺼놨던 알람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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