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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ee Jul 19. 2016

[500일의 썸머] 재개봉

운명이라는 '오독'. 여름가고 가을온다.

정말 썸머는 나쁜 년일까. 맞다. 나쁜 년이다. 연애를 시작하면 우리는 자연히 두 사람 사이에 흘렀던 기류에 ‘제목’을 붙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썸머는 줄 곧 ‘제목없는 관계’를 고수하며 할 것은 다 해버렸다. 다해버리고 떠나버렸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다 결혼을 해버렸다. "나쁜X" 이라고 깊숙한 곳으로 부터 말하고 싶다.


엘리베이터에서의 ‘스미스의 노래’와 카페에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이 다른 것일까? 다른 것은 없다. 취향은 곧 잘 운명으로 오독된다. 톰의 경우가 그랬다. 썸머는 톰과의 연애에서 취향은 그저 취향일 뿐이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우리는 그 상황에서 썸머를 욕했다.


그런데 조금 지나서 썸머도 취향을 운명으로 오독하여 결혼을 하게 된다. 다시 질문하게 된다. 스미스와 오스카 와일드의 차이가 있던 걸까? 아니 없다. 모든 것이 취향의 문제였지만 결과는 너무도 다르다.


사랑은 취향도 아니고 운명도 아니라 우연이다. 마지막에 톰이 가을이를 만나면 더욱 분명하게 이야기해준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500일은 다시 하루로 리셋된다.


그렇지만 불 보듯 뻔하다. 다시 취향은 운명으로 오독 될 것이다. 링고스타 때문에 사랑을 하고 링고스타 때문에 헤어질 것이다. 알지만 그렇게 밖에 견뎌 낼 수 없음을, 혹은 오독을 하더라도 사랑이 주는 기쁨이 더욱 크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오독할 것이다. 여름가면 가을 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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