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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ee Oct 22. 2019

제빵 치트키, 'AOP' 버터는 무엇일까

유럽에도 신토불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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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 빵이 참 맛있네

하는 빵집에서 빵 구경을 하고 있으면 항상 보이는 푯말이 있다. AOP버터 사용. 본 적이 있는가? AOP 버터가 무엇인지는 잘 몰랐지만 그 집 크와상이 참 맛있었지, 하는 기억이 있을 것이다.

크루아상 설명에 'AOP버터'를 볼 수 있다



유럽의 신토불이 정신

신토불이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닌 하나이다, 라는 뜻으로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나온 물건이 나에게 더 잘 맞는다, 라는 의미를 가진다. 신토불이하면 굉장히 한국적인 정서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보다 더욱 철저하게 이 신토불이를 실천하는 나라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신토불이 인증제도가 AOP이다.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는 유럽연합의 원산지 보호 명칭 정도로 해석될 수 있겠다. 버터나 치즈, 육가공품 등 식품, 농-수산물, 와인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파스타 혹은 요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맛 좀 올려보려고 치즈 코너에서 오리지널 파마산 치즈(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산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즈 포장에는 이 마크가 그려져 있었을 것이다. 유명한 이즈니 버터도 마찬가지이다.

 

 

이 마크를 얻는 것은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여주는 여주쌀로 유명한데 일단 여주에서 쌀을 생산하면 '여주쌀'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AOP는 해당 지역에서 만들었다고만 해서 얻을 수 있는 인증이 아니다. 어떤 유제품이 AOP 인증을 받으려면 다음의 사항들을 충족해야 한다. '까망베르 드 노르망디'로 예를 들어보자.


-지정된 지역에서 생산될 것 

(노르망디 지역에서 만드는 까망베르만 까망베르임!)


-구체적인 생산조건을 만족할 것

(노르망디 토종 소의 젖으로 만들어야 함, 염소젖 안됨!)


> 곡물사료를 주어선 안됨, 사일러지 사료(발효포장사료)도 안됨!, 노르망디 외 지역에서 가지고 온 건초도 안됨!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건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아시는 분은 댓글 좀)


-굳건한 명성을 보유하고 있을 것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치즈는 안됨! 전통과 유구한 역사!!)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지만 AOP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위에 여주쌀의 경우는 지리적 표시제(PGI)라고 말하는데 AOP의 3가지 조건 중 첫 번째 조건만 충족되면 된다(PGI는 한국, EU 모두 시행되는 제도임). 


만약에 한국에 AOP제도가 있다면 어떨까? AOP 인증 재첩국 식당의 조건

- 섬진강 중 하류(광양시, 하동군)에서 재취한 재첩으로 만들 것

- 재첩국에 들어가는 재료는 재첩, 물, 유기농 부추만 사용할 것

- 광양시와 하동군에서 40년 이상 식당을 운영해왔을 것


뭐 이런 느낌일까? AOP 제도를 이용하여 지키려는 가치와 이념 그리고 이득이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로  궁극적으로 지키려 하는 가치는 떼루아 Terroir라고 생각한다. 떼루아는 토양, 풍토를 뜻하는 프랑스 단어이다. 영어의 Terra를 생각하면 쉽겠다. 포도, 우유, 올리브 등 이러한 1차 생산물은 그 작물이 자라는 지리적인 조건에 의해 풍미와 맛이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러한 지리적이고 환경적인 요인을 떼루아라고 표현한다.


왜 사과는 상주가 맛있을까. 쌀은 왜 여주, 이천일까, 도자기는 왜 이천 여주 광주일까. 바로 떼루아 때문이다. 안개가 자주 끼는 지역인가, 일교차가 큰 지역인가, 어떤 흙이 많은 지역인가, 바람은 주로 어느 방향에서 오는가, 비는 얼마나 오는가 등 등, 아주 작은 한국 땅에서도 이러한 차이는 지역마다 모두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가 같은 품종의 작물을 같은 방식으로 키워도 다른 결과물을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이러한 떼루아를 계속 지키고 결과물 속에 스며들게 하는 것은 단순한 소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많은 것들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지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한국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인증제도가 있다. 전통식품 인증제도 또한 있어서 김치, 된장 등 전통음식을 만들 때 국산 재료를 기본으로 위생, 관리 등 여러 항목을 선별하여 전통식품 인증마크를 주고 있다.


너무 많고, 헷갈린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리를 해보자. 맛있는 빵집에서 AOP 버터를 쓴다고 푯말을 쓰는 건 '우리는 정말 최상급의 버터를 사용해서 빵을 만들어요'의 다름 아니다. 보통 AOP 인증을 받는 제품들은 해당 제품 중 상위 6% 안에 드는 최상품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 우리나라도 인증제도가 많지만 성격적으로 다 따로따로 인증을 주고 있다. 유럽 연합의 AOP처럼 종합적인(지리, 위생, 전통, 가공 방법 등) 인증제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물론 쉽지 않겠지만.


 



P.S. AOP = PDO = DOP 모두 같은 말이다.

PDO(Protected Designation of Origin) 영어 버전
DOP(Denominazione di Origine protetta) 이태리 버전

같은 인증 제도인데 유럽 국가 중 해당 국가마다 부르는 이름만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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