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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ee Oct 25. 2019

가을에 만들기 딱 좋은,
프로마쥬 블랑 치즈 만들기

[만들기] 요거트인듯 크림치즈인 듯, 프로마쥬 블랑 만들기

본격 치즈 생활 @Gitu_cheese << 클린 & 팔로우 :)


얼마 전 버터로 유명한 이즈니사의 프로마쥬 블랑, 이라는 치즈를 먹었다. 분명 치즈 테이스팅을 하는 자리였는데 요거트가 떡 하니 있어 당황했었다. 먹어보니 분명 요거트와는 달랐다. 요거트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크림의 고소함, 진득함이 함께 느껴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프로마쥬 블랑 Fromage Blanc은  프랑스 말로 '하얀 치즈'라는 말이다. 사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분의 제보에 의하면 치즈이지만 요거트 코너에서 이즈니 프로마쥬 블랑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겉모습이나 맛이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분명 다른 식품이다.


굉장히 오래된 치즈인데 전통적으로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우유를 통에 담아 상온에 그냥 반나절 방치하면 끝. '만들기'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간단하다. 우유를 그냥 방치하면 우유 속 박테리아가 알아서 발효를 했다고 한다. 


이즈니 프로마쥬 블랑의 맛은 '요거트보다는 덜 시고, 크림치즈보다는 가볍다'. 후디스 그릭 요거트랑 필라델피아 크림 치즈를 섞으면 정말 이 맛이 날까 실험해보고 싶은 맛이다. 전통적으로는 무지방 우유를 사용해 프로마쥬 블랑을 만든다고 알고 있지만 현재 유통되는 대부분의 프로마쥬 블랑은 유크림을 추가해 만든다고 한다. 이즈니의 치즈도 지방 8%로 적혀있었다. 


재료만 준비되어 있다면 프로마쥬 블랑 만들기는 물 끓이기보다 쉬울 정도이다. 한 번 만들어보자.



준비물: 

*저온살균 우유 1리터(우리가 자주 먹는 서울우유, 매일우유 등은 모두 고온 살균 우유임, 하지만 조금만 큰 마트에 가면 저온살균 유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스타터(배양균) : 이것이 문제. 구하기가 까다롭다. 한국에선 홈 치즈 메이킹이 생소해 재료를 파는 곳이 전무함. 직구 요망. 혹시 구매하고 싶다면 문의 바라요

* 끝!


1. 우유를 30도로 가열한다.


2. 불을 끄고 스타터 1꼬집(정확히 1/16t 스푼)을 1. 의 표면에 뿌리고 2분 정도 기다리기. 


3. 2분 후 1분 정도 아주 살살 위아래로 섞는다(휙휙 하면 배양균이 스트레스받아요)


4. 뚜껑을 닫고 22도-25도 되는 실내에 12시간 방치한다.

>> 지금 가을에 딱이다. 대부분 지금 실내 온도가 딱 저 정도일 것이다. 온도 걱정 없이 그냥 방치하면 끝! 대신 

20도 이하에서는 배양균이 활동을 못하니 꼭 20도 이상의 실내에서 발효를 하길.


5. 배양균은 우유 안에 있는 설탕(유당)을 먹고 젖산을 배설한다. 이제 신맛이 나고 우유는 푸딩처럼 굳어 있을 것이다.


6. 면포를 깐 체에 국자로 조심조심 푸딩이 된 커드(응고된 우유)를 옮긴다. 


7. 면포를 묶고 3-12시간 체 위에서 드레인 한다.

>> 여기서는 기호의 문제이다. 짧게 드레인하면 요거트 질감, 길게 드레인하면 꾸덕하고, 드라이한 결과물을 볼 수 있다.


8. 보관은 냉장고에서 1주일 이내. 끝!

스타터 넣고 24도에서 12시간 방치 후 커드가 된 우유 / 드레인



집에서 요거트 기계로 요거트를 만들어 본 사람은 과정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사실 거의 비슷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요거트의 배양균은 고온성 박테리아로 40도 가까이에서 활동을 하며 프로마쥬 블랑 배양균은 저온성 박테리아로 22도 정도에서 활동을 한다. 


드레인이 완료된 프로마쥬 블랑(의도보다 물이 더 많이 빠졌음 ㅠㅠ)

역시 이즈니 프로마쥬 블랑이 더 맛있다(당연하지). 시중 판매되는 우유는 지방이 4% 정도여서 그런지 확실히 크림의 고소함이 이즈니보다는 덜하다. 하지만 엄청나게 꿀릴 정도는 아니다. 첫 시도인만큼 다음에 어떻게 조절할지 감이 온다. 


프로마쥬 블랑 만들기는 만드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다다. 밤에 만들면 아침에 확인하고 한 나절 또 드레인하면 저녁에 맛볼 수 있다. 


허브, 후추, 질 좋은 올리브유를 곁들인 프로마쥬 블랑


더욱 맛있게!

- 카레에 한 스푼 넣어 먹으면 크리미하게, 그리고 산뜻한 산미(저도 아직 시도해보진 않았지만 카레 덕후로서 확실한 느낌이 옵니다!)
- 요거트처럼 과일과 시럽을 넣고 먹거나, 빵에 발라 먹어도 좋아요(허브도 좋아요).

- 가장 추천하는 것은 레몬과 설탕(시럽)을 넣어서 먹기!!! 잘게 썬 레몬 껍질까지 넣으면 끄-읏!

이런 맥주와 먹으면 기쁨 두배

- 프로마쥬 블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산뜻하기 때문에 살짝 쓴맛을 보충해주면 풍미가 더 다양해질 것 같아요. 그렇지만 IPA같이 홉이 많이 들어가 홉 캐릭터가 너무 강한 맥주보다는 은은한 홉향을 즐길 수 있는 맥주와 함께 마시면 딱!

시골에 살아 스텔라 밖에 구할 수 없었습니다 ㅠㅠ. 사츠홉을 느끼며.

추천 맥주:

-홉 하우스 13 :기네스 공장에서 만든다는 꿀떡꿀떡 엄청 잘 넘어가면서도 홉향이 살아있는 맥주. 편의점 4캔 만원

- 필스너 우르켈: 라거의 원조. 태초의 라거. 명불허전. 교과서적 맥주. (체코 맥주라고 알고 있지만 현재 제가 알기론 아사히 맥주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우르켈은 두 나라가 친해지면 그때 마셔보기로 합시다.


필스너 우르켈  /  홉하우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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