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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ee Oct 30. 2019

'진짜' 파마산,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진짜' 파마산 치즈는 무슨 맛일까

본격 치즈 생활 @Gitu_cheese


파스타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 자취생활에 가장 적합한 요리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파스타라고 말할 것이다. 자취생활에서 전통 한국식 n첩반상은 무리다. 그릇 하나로 끝내는 요리, 그러니까 덮밥, 면요리, 볶음밥, 비빔밥 같은 그릇 하나에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요리가 최고이다. 그리고 그중에 으뜸은 파스타.


하지만 시판 소스를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 파스타를 맛있게 만들기란 쉽지는 않은 일이다. 3년의 자취생활로  증명된 귀납적인 요리 비결. 자취방 표 파스타의 퀄리티를 높이려면 바로 치즈가 필요하다. 좋은 치즈. 

마트로 가자!  당신은 치즈 코너 앞에 서있고 다시 고민을 할 것이다.  

"티비에서 막 치즈 강판으로 막 멋지게 뿌리는 거, 그 딱딱한 피자 모양 치즈. 그게 이름이 뭐였더라?"


생긴 것도, 가격도 똑같은데 이름만 다르다. 뭘 사야할까.


보통 저 두 가지 치즈 앞에서 '그래도 비싼 거 먹자' 했다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똑같이 생겼는데 싼 거 먹어야지' 했다면 그라나 파다노를 택했을 것이다(사실 페코리노도 있지만 이걸 선택할 확률을 아주 아주 낮을 것). 이름표 보고 읽기도 힘들었던 이 치즈들은 대체 뭐가 다른 걸까.

*혹시나 조미료 코너에 있는 가루 치즈 앞에 서있다면 제발, 꼭, 부디 유제품 코너로 목적지를 재설정하길 당부한다.

  


사실은 원수지간

'그라나 파다노'와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이하 파르미지아노)는 원산지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서로 우리 동네 치즈가 진짜 치즈라며 꽤 오랫동안 갈등을 빚었다. 그래서 명칭과 산지를 정확히 하기 위해 이탈리아 DOP의 전신인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가 탄생했다(DOP가 뭔지 궁금하면 여기로!). 그러니까 태생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던 이 두 형제가 원산지 보호 명칭인 DOC를 만들어 그라나 파다노의 생산지역, 생산방법을 명확하게 규정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분쟁을 끝마치고 이제는 엄연히 다른 치즈로 새로운 길을 나선 것이다.




가격도 비슷하고 맛도 비슷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대체 차이는 무엇일까?

 파르미지아노가 여러 면에서 생산이 더욱 까다롭다. 즉 비싸다는 말.


위의 표는 DOP(원산지 보호 명칭) 인증을 받기 위한 조건이다. 파르미지아노를 만든 것이 그라나 파다노보다 여러 부분 더 까다롭다. 저 조건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라나 파다노' 혹은 '파르미지아노'라는 이름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다. 흔히 알고 있는 파마산 치즈는 그래서 전혀 다른 치즈라고 말할 수 있다.

생산 가능 지역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생산량이 적으니 비싸다는 말.


살펴보았듯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라는 이름을 얻는 것이 그라나 파다노보다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그라나 파다노가 저질의 치즈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두 치즈 모두 DOP(그러니까 AOP랑 같음) 인증을 받는 고귀하고 노블한 귀족 치즈라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DOP를 받은 생산물은 상위 6%의 최상품이다. 

*DOP가 궁금하다면???!!?


각 무게가 40Kg를 육박한다.

 



꼭 추천하는 것은 무엇을 사든 상관없지만 꼭, 꼭, 꼭 음식에 넣지 말고 치즈 자체로만 먹어보길 바란다. 이건 소주, 맥주, 와인 어떤 주종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환상의 맛을 자랑한다. 두 치즈 모두 유당불내증이 있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그러니까 치즈나 우유를 먹고 배가 아픈 사람도 두 치즈는 괜찮다는 말이다. 숙성 과정 중 유당은 모두 분해되기 때문이다. 

파스타 요리뿐 아니라 어떤 요리에 넣어도, 차가운 요리에도 뜨거운 요리에도 넣기만 하면 숨겨졌던 풍미가 살아나며 본인의 요리 실력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 사실 한국 요리에도 굉장히 잘 어울리는데 개인적으로는 노릇하게 방금 지진 감자전 위에 두 치즈를 살살 뿌려 먹으면 정말 맛있다. 


마지막으로 보관방법을 알아보자. 매일 파스타 혹은 서양요리를 먹는다면 금방 사용하겠지만 200g 치즈는 은근히 양이 많다. 어차피 빨리 다 못 먹을 것 같다고 판단이 된다면 강판에 곱게 갈아 이중으로 봉지에 넣고 유리 보관함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해도 무방하다. 갈지 않고 통째로 냉동실에 넣으면 입자가 부서지니 꼭 갈아서 넣어야 한다. 냉동 보관, 냉장 보관 모두 치즈는 냄새를 잘 흡수하기 때문에 꼭 이중으로 감싸고 잠겨지는 통에 넣어 보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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