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용기, 다른 감정, 새로운 시작.
살면서 우리는 많은 용기를 가져야 하는 순간들에 마주한다.
크게 보면,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와 하고 있는 무언가를 '그만둘' 용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사실 무언가를 선택하고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가 않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본인뿐 아니라, 타인들로부터도 마땅히 응원받을 수 있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리라.
반대로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무언가를 '그만두는' 용기이다.
오래간만에 러시아에서 유학을 했던 형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그는 한국의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약 6년 간 러시아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다 작년 즈음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니던 한국의 대학에 재입학해 또 다른 그의 미래상을 그리는 중이다.
그를 만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여러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오래간 하던 유학을 그만둬야겠다 싶을 때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렸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나도 그렇지만, 상당히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그였다. 하지만 그도 유학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두들겨 맞을' 각오로 이야기했더랬다.
한편으로 그가 참 부러웠다. 러시아에서의 유학을 선택한 것도, 그만둔 것도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리라.
또 다른 용기를 내었던 덕인지, 한국에서 또 다른 장래를 그려가는 그의 모습에서 생기가 엿보여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유학을 하면, 크게 그 과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어학, 학업 그리고 졸업.
통상 100명이 유학을 왔다고 하면 약 절반 정도가 어학과정에서 한국행을 택하거나, 다른 길을 찾는다고들 한다. 그리고 남은 절반 정도가 학업을 시작하고, 그중에서도 많아야 절반 정도가 마지막 관문인 졸업을 맛본다.
약 25% 정도의 성공률인 것이다.
어제저녁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그리고 여쭤보시는 말씀. (사실 유학 후 내내 여쭤보시는 것들이긴 하다.)
"지금 공부는 얼마나 걸릴 것 같니?, 언제쯤 끝날 것 같니? 학교는 유명한 곳이니?"
사실 부모님 입장에선 당연히 멀리서 유학하고 있는 자식에 대해 생기는 궁금증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글을 쓰는 이런 생각이 들게 된 이후로 부담으로 다가온 탓인지
그저
"잘하고 있어요, 빨리 학위 받을 수 있게 해 볼게요."
라고 최선을 다해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누구에게나 그들의 이유로, 그들의 상황 탓에, 힘든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유학을 지원해 주신 부모님께 힘들다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유학을 그만두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최소한 지금의 나는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종류의 용기를 가진 '그'와 이야기하며 생긴 나름의 부러운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였을 뿐.
<글을 마무리하며>
유학을 예로 들었지만, 용기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존재이지요.
그게 일이 될 수도, 학업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제가 하고 있는 무언가를 '그만둘'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그만둠'이라는 행위가 더 이상 남보다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생기기를 바라보며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