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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재 Sep 06. 2019

시작할 용기, 그만둘 용기

같은 용기, 다른 감정, 새로운 시작.

살면서 우리는 많은 용기를 가져야 하는 순간들에 마주한다.

크게 보면,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와 하고 있는 무언가를 '그만둘' 용기 정도가 될 것 같다.


사실 무언가를 선택하고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은 크게 어렵지가 않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본인뿐 아니라, 타인들로부터도 마땅히 응원받을 수 있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리라.


반대로 우리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무언가를 '그만두는' 용기이다.


오래간만에 러시아에서 유학을 했던 형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그는 한국의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약 6년 간 러시아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다 작년 즈음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와 다니던 한국의 대학에 재입학해 또 다른 그의 미래상을 그리는 중이다.


그를 만나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여러 이야기를 하던 와중에 오래간 하던 유학을 그만둬야겠다 싶을 때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렸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평소 나도 그렇지만, 상당히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그였다. 하지만 그도 유학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를 할 때는 '두들겨 맞을' 각오로 이야기했더랬다.


한편으로 그가 참 부러웠다. 러시아에서의 유학을 선택한 것도, 그만둔 것도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리라.


또 다른 용기를 내었던 덕인지, 한국에서 또 다른 장래를 그려가는 그의 모습에서 생기가 엿보여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의 앞날을 응원한다.


유학을 하면, 크게 그 과정은 세 가지로 나뉜다.

어학, 학업 그리고 졸업.


통상 100명이 유학을 왔다고 하면 약 절반 정도가 어학과정에서 한국행을 택하거나, 다른 길을 찾는다고들 한다. 그리고 남은 절반 정도가 학업을 시작하고, 그중에서도 많아야 절반 정도가 마지막 관문인 졸업을 맛본다.


약 25% 정도의 성공률인 것이다.


어제저녁 어머니와 함께 집 근처 호프집에서 맥주를 한 잔 했다.

그리고 여쭤보시는 말씀. (사실 유학 후 내내 여쭤보시는 것들이긴 하다.)


"지금 공부는 얼마나 걸릴 것 같니?, 언제쯤 끝날 것 같니? 학교는 유명한 곳이니?"


사실 부모님 입장에선 당연히 멀리서 유학하고 있는 자식에 대해 생기는 궁금증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 글을 쓰는 이런 생각이 들게 된 이후로 부담으로 다가온 탓인지

그저

"잘하고 있어요, 빨리 학위 받을 수 있게 해 볼게요."


라고 최선을 다해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누구에게나 그들의 이유로, 그들의 상황 탓에, 힘든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유학을 지원해 주신 부모님께 힘들다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지금 하고 있는 유학을 그만두고자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최소한 지금의 나는 가지지 못한 또 다른 종류의 용기를 가진 '그'와 이야기하며 생긴 나름의 부러운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였을 뿐.


<글을 마무리하며>

유학을 예로 들었지만, 용기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한 존재이지요.

그게 일이 될 수도, 학업이 될 수도 있고요.


그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약 제가 하고 있는 무언가를 '그만둘' 용기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이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볼까 합니다.


'그만둠'이라는 행위가 더 이상 남보다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생기기를 바라보며 글을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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