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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재 Sep 05. 2019

최선을 다해 거짓말하는 삶.

'캔디, 솔직함 그리고 거짓말', "저 잘 지내요."

한국에 들어온 지 8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공항철도를 타고 서울로 온 뒤, 대학원 박사과정, 석사과정에 있는 친구 둘과 점심식사를 하고서 지금은 부산 집으로 가는 KTX안이다.


그러고보면 어째 나는 이동수단 안에서 쓰는 글들이 왠지 솔직하게 잘 써지는 것 같다.(갬성?)


그래서 또 생각나는 그대로 한 번 써내려가보려한다.


이 글의 키워드는 대략 세 개쯤 될 것 같다.


캔디, 솔직함 그리고 거짓말.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나 어느새 2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금도 어리지만, 어릴 적 생각을 해 보면, 당시에도 힘든 일들이 당시의 이유로 있었다. 하지만 힘들면 힘들다고 떼를 쓰든, 울든, 징징거리든 어떤 방식으든 힘들다는 감정을 드러냈었던 덕에 금방금방 극복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들이 '책임'이라는 단어와 함께 생겨나면서, 그 때는 그 때의 이유로, 지금은 지금의 이유로 힘들어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배경에는 이런 엇비슷한 것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안 힘든 것도 아니고,
사람들 다 힘든데 나 힘들다고 또 이야기해서 뭐하나.


그렇게 우리는 힘들어도, 슬퍼도, 지쳐도 그렇지 않은 '척', 오늘도 최선을 다해 거짓말을 시작한다.

"저는 잘 지내요."

'솔직함'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다.


그냥 봤을 땐, 무언가 털털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그런 '쿨'한 것만 같은 느런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솔직함'이라는 단어에 나의 힘든 상황이 붙는 순간, '척'의 씨앗이 싹을 틔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척' 잘 하고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우리는 소셜네트워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오는 글들 치고 내가 힘들고 지친다는 글보다는,


내가 어딘가를 여행하고, 무언가를 구입해 기분이 좋고, 그냥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았을 때의 이야기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앞서 열거했던 모든 것들이 '척'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보고 게시한 글 혹은 사진들에 대해 피드백들을 주고받는 소셜네트워크 공간의 특성 상, '힘들고 지쳐하는 나'보다는 '즐겁고 재미있어하는 신나하는 나'를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들이 많이 투영되어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전자와 후자, 모두가 솔직한 감정이지만, 그 감정이 주는 느낌은 천지차이로 다가온다.


나 역시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저다. 이 글을 쓰며 내가 올린 피드들을 훑어봤다.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다. 솔직함이 언제나 기분좋은 것만은 아니다.


'거짓말'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다.


'솔직함'이라는 단어를 그냥 봤을 때와는 다르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앞서 이야기했던 키워드 두 개, '캔디'와 '솔직함'에 '거짓말'을 이어붙여보았다.


왠지 나에게 있어, 내가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어도, 지쳐도, 그렇지 않은 '척'하는 나, '캔디'.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닌 '솔직함' 그리고 '거짓말'

오늘 쓰는 글들은 어찌 맥락이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글에 꼭 맥락이 있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이런 글을 쓸 때는 말이다.


이쯤 쓰고나니, 뭔가 되게 기분좋은 감정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이런 생각들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하면 또 나름의 재미가 있다.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저물어 간다.

"저 잘 지내요. 잘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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