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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재 Sep 05. 2019

한국행 비행기 안, 떠오르는 생각들

반년만의 한국 방문, 그저 신나지만은 않는.

<글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 글은 크게 맥락이 없습니다. 다만, 한국으로 가는 시간마다 어떤 생각들을 내가 가지고 있었는지 기록을 하고 싶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환승 공항을 지나 인천행 비행기 안에서까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그저 떠오르는 대로 기록해 둔 것들을 그대로 옮겨다 붙인 것입니다. 유학생활 연차가 올라가고, 나이도 하나씩 늘어감에 따라 감정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습니다. 막상 이렇게 글을 붙여보니, 제 감정의 변화 내지는 순간순간 많은 걱정을 안고 살고 있다는 것도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 같네요.


반년 만에 한국으로 간다.


1, 2년 차 때는 한국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설레고 즐거운 일이었지만,

이제는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다.


이게 내가 무언가 제대로 이루어내지 못했다는데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독일이라는 나라에 익숙해진 것인지.


이 길고 긴 방황의 끝에 나는 무엇을 마주할 것인가.


나는 그 누구보다도 특별하지도, 잘나지도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을 뿐.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들이 언제, 어떤 식으로 끝나게 될지

항상 불안하고 지치고 힘들기만 하다.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가?

행복한 감정이란 무엇인가?


내가 나를 진심으로 위하고 돌볼 때, 다른 사람을 보는 시각이 생기는 것인가.


2019. 9. 4. 03시 51분 뒤셀도르프 공항으로 가는 RE2 열차 안에서.

뒤스부르크를 지나, 다음 역이 뒤셀도르프 공항.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거의 반년 만에 한국을 다시 가는 것 같다.


유학생활 1-2년 차 때는 한국에 오래간만에 간다는 그 자체만 해도 설레는 일이었지만,


요새는 그런 느낌은커녕 엇비슷한 느낌마저 들지 않는다.


그게 내가 독일에 있으면서 무언가 이루어 내지 못했다는 무거운 감정 때문인지 아니면


독일 생활에 익숙해진 나머지, 한국에 들어가는 자체가 크게 흥미로워지지 않아 졌기 때문인지.


사실 비행기에 오르기 전 이틀간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그 덕에 지금 목적지인 인천국제공항까지 약 다섯 시간이 남은 지금까지도 비행이 크게 불편하진 않다.

(여기엔 프리미엄 이코노미석을 예약한 덕이 클 것이다. Sky Priorty 혜택이 참 좋다. 이런 자본주의)


뒤셀도르프 공항에서 파리로 가기 전에는 왜인지 맥주가 마시고 싶어 피곤한 몸에 맥주를 마셨고,


눈을 뜨니 파리였다.


파리에서 이것저것 일이 지연된 통에, 당초 다섯 시간이었던 환승 대기시간은 실제로 세 시간 정도로 줄어들었고,


친구에게 부탁받은 술을 사고, 점심으로 치킨커리라면을 먹는 것으로 적당히 시간을 때울 수 있었다.


'Yo Sushi'라는 공항 내 식당이었는데, 라면 치고 Large Size가 11 유로면 크게 나쁘지 않았고,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놀랐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가는 보잉 777(AF264)에 몸을 맡긴 지, 지금 약 7시간이 조금 넘어가는 것 같다.


피곤했던 탓에 비행기에 타자마자 나는 또다시 잠이 들었고, 1시간 정도 전 일어나 음료를 마시고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최근 내가 3년 반 동안 독일에 있으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에는, 그런 고민은 의미가 없다는 것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무엇을 했는가'라고 하는 단편적인 질문지로는 내가 독일에서 보낸 시간들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떤 질문지로 나에게 질문을 해야 맞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단편적인 대답으로 나 스스로를 재단하는 답을 할 수밖에 없는 질문지는 아니었으면 한다.


이번에 한국을 가면 약 1개월을 있게 된다. 지난번보다도 1주일 정도를 더 있게 되는 셈인데, 한국에 있으면서 이참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할 때 내가 가장 행복해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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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각 2019년 9월 4일 19시 37분

러시아 상공 그 어딘가를 스치는 AF264편 안에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정도 남은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30분 남았다는 방송이 나오고 있으니.


오래간만에 한국이다.

겁이 난다.


한 달 동안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하고 싶을까.


아무튼 한국생활 D+1, 다시 독일로 돌아가기까지 D-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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