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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익재 Jun 19. 2020

나이 들어간다는 것

뜻밖의 장소, 뜻밖의 사람들과

근 석 달 가까이 브런치에 글을 게재하지 못했던 것 같다.

여러모로 바빴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하루하루를 넘겨냈던 내 탓이리라.


오늘은 내가 비록 나이는 많지 않지만, 나이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느낀 일화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내가 살고 있는 독일에서는 식당 등의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지난 11일부터 차츰 완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


그 덕에 요즘은 집에서보다는 주로 마스크를 끼고서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일을 하는 편이다.

카페에서 서너 시간 정도 일을 하고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 야외에 좌석이 있는 비어가르텐(Biergarten, 펍)으로 자리를 옮겼다.


흑맥주(Dunklesweizen, 흑바이쩬)를 좋아하다 보니, 한 잔을 주문하고서 마시고 일어나는데,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우산도 들고 오지 않은 데다, 집으로 가는 트람(STR, Straßenbahn) 역도 꽤나 멀다 보니 한 잔 더 마시며 소나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두 잔째를 마시며 잡지를 꺼내 읽던 와중, 내가 앉은자리 뒤에 각기 네댓 살쯤 되는 아이 둘씩 있는 두 가정이 와서 앉았다.

(*독일의 펍은 미성년자도 부모동반할 경우 출입이 가능하다.)


다들 그렇듯, "아 그렇구나.." 하고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뒤에 앉은 아이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아이가 말을 걸어오는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이야기를 하다 보니 30분쯤 지났을까. 네 명의 아이 모두와 베프가 되었다. 정신연령이 비슷해서


아이 부모님들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에, 나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봐왔더랬다.

유럽에 있는 동양인들이 주로 받는 뭐 그런 질문들이었다.

"독일에 온 지는 4년 반이 조금 넘었고, 독일에서 대학원 공부를 했고, 사회복지사고 어쩌고 저쩌고..."


그러다가 맥주 두 잔을 사주는 것이 아닌가. 먼저 이야기하자면, 내가 독일에서 살면서 마셨던 많은 맥주들 중에서도 꽤나 오래 기억에 남을 그런 맥주가 될 것 같다.


여러모로 헤어지기까지 1시간 내외 정도 아이들과 놀며 부모님들과 이야길 하는데, 평소라면 들지 않았을 그런 생각이 들어서였다.


크게 두 가지였는데,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놀기도 하고, 부모님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 


"아이들과 한 시간만 놀아도 기가 이렇게 빨리는데, 내 부모님께서는 날 어떻게 키우셨을까" 하는 생각과 더불어, 어느 순간 해외생활에 흐릿해져 가던 '가족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닌 그런 날일 수도 있지만, 왜일까. 

집에 들어오니 마음 한편이 허전한 것이 집 생각도 많이 나고.


'남들보다 특별하고 싶어 선택한 해외생활 속, 특별할 것 없는 것에서 느낀 특별한 감정'이랄까.


이렇게 한 살씩 나이가 들어가는 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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