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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12) 티끌모아 태산은 바로 이런 것?

에너지로 변신하는 자기장 노이즈와 대기전력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하찮고 조그맣다 하더라도 모이고 또 모이면, 거대한 규모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속담은 보통 돈을 모으고 불리는 일을 하는 재테크에 주로 사용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에너지 분야에도 딱 들어맞고 있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티끌같은 에너지도 모으면 태산이 될 수 있다 ⓒ free image

지금 소개하는 ‘자기장 노이즈를 통한 전기에너지 생산’과 ‘대기전력 차단으로 모아진 에너지 기부’는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발생하는 미세한 에너지들이 버려지지 않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변모한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그야말로 티끌 같은 에너지가 하나둘씩 모여져 태산 같은 에너지가 된 사례인 것이다.


자기장 노이즈를 전기에너지로 변환


매연이나 먼지처럼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 ‘자기장 노이즈(Noise)’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전자제품 제조나 기계제어 분야에서 주로 기계 동작을 방해하는 전기적 신호를 말한다.


예를 들어 높은 전류가 흐르는 송전선이나 지하철, 그리고 공장의 기계 등을 작동시키다 보면 끊임없이 자기장 노이즈가 나오게 되는데, 이들은 그동안 시스템 운영을 방해하거나 인체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없어지거나 줄여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졌었다.


그런데 최근 이들 자기장 노이즈를 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수없이 발생했다가 버려지는 미세한 자기장 노이즈들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역발상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기술개발의 주인공은 재료연구소 분말세라믹연구본부의 류정호 박사팀이다. 이들은 인하대 및 미국 버지니아공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자기장 에너지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복합소재 및 발전 소자’를 개발했다.

자기장 노이즈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스템 ⓒ 재료연구소

에너지하베스팅이란 버려지는 각종 에너지를 이용하여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기술로서, 국내뿐 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관련 기술 및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류 박사와 연구진은 에너지하베스팅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던 중 송전선이나 지하철, 그리고 공장처럼 전력이 흐르는 곳의 주변에는 미세하지만 일정한 60Hz의 주파수를 가진 10가우스(G) 이하의 자기장 노이즈가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같은 현상에 착안한 연구진은 미세 자기장 노이즈를 활용하여 실제 사용 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스마트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별도의 외부 전원 없이도 무선 센서 네트워크를 구동하는데 성공했다.


재료연구소의 개발 이전에도 버려지는 자기장을 이용한 에너지하베스팅 기술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코일을 감아서 유도전기를 발생시키는 방식의 소자가 존재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코일의 부피와 소자가 작아질 때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어서 실제 사용에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압전 재료와 자기변형 재료를 복합화하는 방법으로 새로운 소재를 개발했다. 압력을 가하면 전압이 발생하거나, 전압을 가하면 변형이 발생하는 압전 재료와 자기장을 만나면 변형되는 자기변형 재료를 복합화하여 미세한 자기장 노이즈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개발에 성공한 것.


대기전력을 차단하여 모은 에너지를 제3국에 기부


자기장 노이즈를 통한 전기에너지 생산 기술이 전문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된 사례라면, 대기전력을 모으는 전기저금통을 활용한 에너지 기부 프로젝트는 아마추어 연구자들에 의해 탄생한 에너지하베스팅 사례다.


대학생으로 이루어진 ‘너의 빛이 보여’는 창조경제 관련 공모전을 준비하던 동아리다. 이들은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차단하여 여기서 모아진 전기를 아프리카의 빛 없는 마을에 기부한다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기전력을 차단하여 모은 에너지를 기부하는 시스템의 개요 ⓒ 너의 빛이 보여

아이디어의 핵심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이 탑재된 멀티탭 및 어플리케이션의 개발이다. 멀티탭에 가전제품의 코드를 연결하고, 이를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격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외출 중에 전기장판 전원을 끄지 않고 나온 것이 생각난다면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전원을 차단하고, 실내온도가 너무 높게 설정되어 있다면 이를 원격으로 낮추어서 에너지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모여진 전기는 아프리카 마을에 기부되면서, 온라인상의 전기저금통 프로그램에도 기록된다는 것이 아이디어의 개요다.


동아리의 한 회원은 “콘센트에 코드를 꼽고 있으면 아까운 대기전력이 낭비된다는 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서 아이디어가 시작됐다”라고 설명하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전원을 차단하는 기술과 모여진 에너지를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모여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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