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준래 Oct 01. 2016

역발상 과학 (14) 쓰레기가 변신하여 보물로

가축분뇨와 생활쓰레기가 에너지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라는 속담이 있다. 


평소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지만, 막상 사용할 곳이 생겨서 찾으려면 공교롭게도 희소가치가 생긴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활용 방법을 찾을 수 없었던 가축 분뇨나 생활 쓰레기들이 바로 이 ‘개똥’ 같은 존재들일 것이다.

최근 분뇨와 쓰레기를 고형 연료로 만드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 수도권매립지공사

하지만 개똥같은 취급을 받던 존재들이, 가치있는 보물로 거듭나게될 날도 멀지 않았다. 국내 연구진들이 가축 분뇨와 생활 쓰레기를 고효율의 에너지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는 ‘소똥의 고형 연료화’ 기술과 ‘생활 쓰레기의 고형 연료화’ 기술은 버려지는 폐기물들을 자원화하여 에너지 낭비도 줄이고, 환경도 보존하는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기존 기술보다 처리 시간 및 비용 절감 효과 탁월


우리나라의 가축분뇨 발생량은 2014년 말을 기준으로 한 해 4623만 톤 정도에 달하고 있는데, 이 중 90% 정도가 퇴비나 액비로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는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런 가축 분뇨들이 정부의 퇴비·액비 관리 강화제도와 지역단위 양분 총량제도의 시행으로 축산 농가의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정부는 오래 전부터 분뇨를 유용자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 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방안이 바로 ‘분뇨의 고형 연료화’다. 가축이 배설하는 분뇨는 80% 이상이 유기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연소가 가능하다. 특히 소똥의 경우는 풀 사료나 볏짚과 같은 가연성 섬유소 등이 포함되어 있어서 연료로서의 활용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농촌진흥청이 최근 소의 분뇨를 활용하여 단시간에 고형연료(Solid Fuel)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수분이 60% 이상인 소똥을 1일〜2일 만에 직경 1cm〜2cm 이하의 둥근 환 모양 펠릿(pellet)으로 가공하는 기술이다.

분뇨 고형 연료화 기술의 비교표 ⓒ 농촌진흥청

축사에서 갓 수거한 소똥을 일단 압착하여 수분을 줄인 뒤, 환 모양 펠릿을 만드는 장치에 넣고 가공하면 고형연료가 완성된다. 이 방법이 특히 축산농가의 환영을 받고 있는 이유는 축사에서 나온 똥을 바로 가공하여 분뇨가 농가에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주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기존 방법이 대략 1개월〜2개월이 걸렸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기술이 얼마나 짧은 시간에 분뇨를 처리하는지를 알 수 있다”라고 설명하며 “처리 기간의 감소는 단순하게 시간을 절약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건비와 운영비, 부자재비용 등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성면에 있어서도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가축 분뇨로 만든 고형연료는 시멘트 소성로(燒成爐)와 발전용량이 2메가와트(Mw)급 이상인 화력발전시설 및 열병합발전시설, 그리고 석탄사용량이 시간당 2톤 이상인 지역난방시설 및 산업용보일러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형연료로 만들어진 가축 분뇨가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농촌진흥청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기술을 적용할 경우 소똥 1톤으로 약 300kg〜400kg의 고형연료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열량은 1kg당 3000kcal 이상으로서 무연탄의 70% 수준이다.


이에 대해 농촌진흥청의 관계자는 “만약 매년 발생하는 2000만 톤의 소똥 중 일부를 고형연료화하여, 발전소에서 쓰이는 화석연료 소요량의 1%만 대체해도 약 1070억 원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4급 무연탄과 비슷한 열량이지만 가격은 3분의 1


생활 쓰레기는 가축 분뇨만큼이나 평소에 ‘개똥’ 취급을 받는 존재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는 생활 쓰레기가 개똥이 아닌 ‘약’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자된 ‘쓰레기 고형연료(SRF)’ 제조를 위한 ‘가연성폐기물 자원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연성폐기물 자원화 사업이란 각 가정에서 배출한 생활쓰레기를 가연성과 불연성으로 분리하여 선별한 뒤, 이 중 가연성 쓰레기를 고형연료로 만드는 시스템을 말한다.

가연성폐기물의 자원화 공정 ⓒ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공사가 운영 중인 자원화 시설은 일일 200톤 규모의 가연성 쓰레기를 처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고형연료는 발열량이 kg당 약 4700키로칼로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4급 무연탄의 발열량인 kg당 4600㎉~4799㎉에 맞먹는 수준으로서, 연료로서의 가치가 높기 때문에 산업용 보일러나 화력발전소 등의 연료로 활용되고 있다.


고형연료의 판매가격도 톤당 5만원 내외로서, 4급 무연탄의 톤당 가격인 15만원의 3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제성도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이에 대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관계자는 “생산된 고형연료는 연간 약 3만배럴의 원유수입 대체효과를 가져와, 약 33억원의 비용을 매년 절감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경제적인 이익 외에도 매립해야 할 폐기물을 재활용함으로써 얻는 환경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역발상 과학 (13) 현실에서 어렵다면 가상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