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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Apr 29. 2017

역발상 과학 (33) 강산 변하는 시간 2년이면 된다?

‘점적관수’ 기술과 ‘역삼투 해수담수화' 기술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라는 뜻으로서, 과거의 모습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게 변해버린 도심지나 산천(山川)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이다.


도심지나 산천이 예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하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할까? 아마도 강산이 변한다는 10여년은 족히 걸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과학기술이 적용되면 그 시간들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스라엘의 황량한 사막이 옥토로 변한 상전벽해의 현장 ⓒ Netafim


지금 소개하는 ‘점적관수(Drip Irrigation)’ 기술과 ‘역삼투(reverse osmosis) 해수담수화’ 기술은 모두 자연적으로 수십 년이 걸려야 하는 사막의 녹지화 과정을 불과 2~3년 안에 바꿀 수 있는 첨단 시스템들이다. 짧은 시간에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 수 있는 역발상의 기술인 것이다.


물을 적게 쓰면서 효율적으로 작물 키워


작지만 강한 나라 이스라엘. 이 나라의 재건 신화 뒤에는 키부츠(Kibbutz)라는 집단농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집단농장이라고는 하지만 키부츠는 단순히 여러 사람들이 모여 농사를 짓는 곳이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현장 테스트를 통해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내고, 토지를 개량하는 일종의 첨단 농업 시스템이다.


이 같은 키부츠가 지난 1965년 브엘샤바 근처에 네타핌(Netafim)이라는 이름의 농업법인을 설립했다. 히브리어로 ‘물방울’이란 의미를 가진 이 법인은 ‘점적관수(Drip Irrigation)’라는 기술을 통해 단시간에 황무지를 옥토로 바꿔 나가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끌었다.


점적관수란 지름이 20㎜ 내외인 호스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서 물방울이 조금씩 나오도록 조절하여, 이를 작물에만 스며들게 만든 방법을 말한다. 원하는 장소에만 제한적으로 소량의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방법으로서, 물을 적게 쓰면서도 효율적으로 작물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스라엘의 연간 강수량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이스라엘은 지중해성 기후로서 겨울에 3개 월 가량만 비가 오기 때문에 관개(irrigation)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역이다. 점적관수 기술은 이처럼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한 방울의 물까지 모두 이용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점적관수 기술이 적용된 네타핌의 농장 전경 ⓒ Netafim


이 기술을 개발한 사람은 이스라엘 수자원공사의 엔지니어였던 ‘심카 블라스(Simca Blass)’다. 그는 어느 날 이웃집의 수도파이프가 조금씩 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이웃집을 방문했다가 그 집 마당의 나무들이 물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것을 발견했다.


이 같은 사실에 흥미를 느낀 블라스는 곧바로 조사에 착수했고, 그 결과 조금씩 흐른 물이 땅속으로 넓게 퍼지면서 주변 나무들에 수분을 공급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우연한 발견이었지만 블라스는 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의 네타핌을 만드는 독창적인 관개 시스템을 완성할 수 있었다.


네타핌의 관계자는 “전통적 관개 시스템의 효율은 40∼60%이고, 스프링클러 방식의 관개 시스템은 70∼85% 정도지만 점적관수 방식 효율은 90∼95%”라고 설명하며 “점적관수 기술이 이스라엘에 그린혁명(Green Revolution)을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절대량이 모자란 물을 대량공급하게 만들어


점적관수 기술이 황무지 곳곳을 옥토로 바꾼 것은 분명하지만, 물 자체의 절대량이 모자란 점은 이스라엘의 근본적인 고민거리였다. 이스라엘 건국 직후인 1950년대만 해도 용수의 주요 공급원이 요르단 강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부터 시작된 해수 담수화 시스템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전 국토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90년대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해 지난 2011년에는 연간 3억 2천만 톤의 바닷물을 담수화했고, 3년 뒤인 2014년에는 연간 7억 5천만 톤의 용수를 해수담수로 공급할 수 있게 된 것.


이 같은 물량은 요르단 강에서 공급할 수 있는 물 공급량과 비교해 볼 때,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스라엘의 연간 생활용수 수요량인 7억 6천 400만 톤을 거의 부담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인 것이다.


                                이스라엘의 대단위 역삼투 해수담수화 시설 ⓒ israelstreet.org


이스라엘이 이 정도의 물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자국 내 수처리 전문 회사가 개발한 역삼투 방식의 해수담수화 기술 덕분이었다. 역삼투 방식이란 삼투압 현상을 활용해 담수를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삼투압 현상이란 분리막을 사이에 두고 물이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이동하는 현상이며, 이때 나타나는 차이를 삼투압이라 한다. 삼투현상으로 수위가 높아진 쪽에 삼투압 이상의 압력을 가하면 물은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이동하는데, 이동방향이 삼투현상의 반대이므로 ‘역삼투’라 부르는 것이다.


역삼투 방식의 해수담수화 기술은 지난 1950년대 말에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뒤, 현재까지 세계시장에서 역삼투법의 점유율이 약 60%를 넘어서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한 이후부터 막에 대한 연구개발을 지속한 결과 염(鹽)을 분리하는 성능과 담수 생산량까지 크게 향상되는 수준에 이르렀고, 여기에 에너지 회수기술이 접목되면서 현재는 증발식보다 우수한 경제성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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