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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래 Apr 29. 2017

역발상 과학 (39) 약점이 강점으로 변하는 까닭은?

‘비행기의 작은 날개, 카나드(Canard)’와 ‘수직으로 이동하는 스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강점이라 생각했던 것이 약점으로 변하거나, 결점으로 여겼던 부분이 장점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다. 특히 결점이 장점으로 변하는 경우를 ‘기적과 같다’라고 표현하지만, 기적보다는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아 변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새옹지마 같은 현상도 과학기술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 ⓒ wikipedia


지금 소개하는 ‘비행기의 작은 날개인 카나드(Canard)’와 ‘수직으로 이동하는 스크린도어’가 바로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와 관련이 깊은 사례들이다. 태생적인 결함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가 과학기술의 보완을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역발상의 결과물인 것이다.


카나드 탑재 이후 항공기 기동성 높아져


항공기의 탄생 이후 조종사들을 늘 괴롭히고 긴장시켜 왔던 문제 중에 하나가 바로 ‘실속(失速)’ 현상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속도를 잃어버린다는 뜻이지만, 일반적으로 항공기가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속도가 충분히 빠른 상태라도 날개의 받음각(angle of attack)이 커지게 되면 실속에 빠져서 추락할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받음각이란 항공기 동체가 비행할 때 기류와 이루는 각을 말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항공기가 실속에 빠지지 않도록 엔진 출력을 개선하거나, 주(主)날개의 형상을 다시 설계하는 연구를 해왔고, 이 외에도 온갖 소재를 적용하여 동체를 가볍게 하는 등의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이 같은 연구 끝에 개발된 실속 예방용 보조날개가 바로 카나드(Canard)다. ‘오리’라는 뜻의 프랑스어인 카나드는 주 날개보다 앞쪽에 붙어 있는 작은 날개를 가리킨다.


그런데 실속을 방지하여 동체가 추락하지 않는 용도로 보조날개를 만든 것 까지는 좋았지만, 이번에는 양력에 문제가 생겼다. 주 날개와 별도로 추가적인 양력이 만들어져 기체가 자주 요동치는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주날 개 앞에 부착된 보조날개가 안전한 비행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 StackExchange.com


기체가 요동칠 때 마다 조종사는 이 같은 상황에 일일이 반응하고 예측해야 했기 때문에, 과거 카나드가 없을 때보다 조종이 더 어려워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 이후 카나드의 필요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결국에는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로 여겨졌다. 실속을 예방하는 효과는 분명 있지만, 양력 증가에 따른 흔들림 현상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와 ‘플라이 바이 와이어(FBW) 시스템’의 도움을 받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예측하기 어려운 흔들림 현상을 컴퓨터가 제어해 주고 유압계통을 전선과 모터가 대신하는 FBW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카나드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비행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특히 FBW는 비행 개념을 완전히 바꾼 시스템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전에는 항공 역학적 구조에서 벗어난 항공기, 예를 들면 스텔스기 같은 형태의 폭격기 제작이 불가능했지만 FBW 시스템의 등장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항공기 제작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불안정하다고 여겨졌던 결점이 사라지자, 카나드는 곧바로 전투기나 수송기에 탑재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프랑스의 라팔이나 EU의 유로파이터 같은 전투기들은 카나드 장착이후, 이전 기종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동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 항공업계를 놀라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새로운 대안인 수직형


결점을 보완한 카나드가 빠르게 항공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면, 한국교통연구원이 개발한 ‘수직형 스크린도어’는 현재의 결점이 미래의 강점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스크린도어(screen door)는 기본적으로 엘리베이터와 같은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 통로를 위아래로 오가는 승강기가 해당 층에 도착하면, 승강기에 달린 문과 각 층에 설치된 바깥쪽 문이 함께 열리는 방식이다.


스크린도어도 마찬가지다. 전동차가 지하철 승강장의 정해진 위치에 도착하면 두 문이 동시에 열리게 된다. 그러다보니 스크린도어의 안전문은 좌우로 열린다는 것이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 했다.


좌우로 열리는 스크린도어가 그동안 빈번하게 발생하던 지하철 안전사고 문제를 줄이는데 많은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설치기간이 길고 비용도 상당히 고가라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안전문의 위치가 전동차와 똑 같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왔다.


                                     안전문이 올라간 상태(좌)와 내려온 상태(우) ⓒ 교통연구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교통연구원이 개발한 것이 바로 ‘수직형 스크린도어’다. 이 안전문은 좌우로 길게 배치된 채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소에는 안전문이 승강장과 선로를 차단하고 있다가, 열차가 들어오면 사람 키보다 높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단점도 많다. 우선 기존 방식과 달리 아래 위가 뚫려있어서 공기의 흐름을 막을 수 없어서 겨울에는 냉방 유지가 어렵고, 여름에는 전동차에서 나오는 열기를 막을 수 없다. 또한 안전문이 바닥에 완전히 닿지 않기 때문에 굴러가던 물건이 선로로 떨어지는 것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직형 스크린도어는 비용이 저렴하고 설치기간이 짧으며, 문 위치에 상관없이 설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서 앞으로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문 위치가 제각각인 철도의 승강장이나, 중앙버스전용차로의 버스정류장에도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 교통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물론 기관사 입장에서 볼 때 완벽한 정위치 정차를 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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