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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쓰는 것처럼, '글'을 쓴다.

1.

호흡을 가다듬고 링에 오른다. 주변은 보이지 않고 상대가 하나의 점처럼 보일 만큼 싸운다. 멈추지 않는다. 3분을 치고받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 3분이 끝난다. 30초,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싸우러 일어난다. 나는 그렇게 몸을 쓴다 .     


2.

“집필하시면 탈고할 때까지 얼마나 걸리세요?”
 “상황에 따라 다른데, 두달에서 세달 정도 걸려요.”

“그렇게 빨리 쓰신다고요?”

     

 얼마 전 한 편집자를 만났다. 단행본 한 권 집필하는데 얼마나 걸리느냐고 물었다. 보통 두세 달 정도 걸린다는 말에 편집자는 놀라는 눈치다. 이유를 안다. 대충 쓰는 글이 아니라면, 단행본 한 권을 두세 달에 쓰는 저자는 드물기 때문이다.  

    

 몸을 쓰는 것처럼, 글을 쓴다.  호흡을 가다듬고 한달음에 달린다. 멈추지 않는다. 주변은 보이지 않고 나아가는 길이 하나의 점으로 보일 만큼 내 달린다. 그렇게 한 권의 책을 끝낸다. 정서적 호흡이 턱까지 찬다. 호흡을 가다듬을 시간이다. 호흡을 가다듬어야 다시 쓸 수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글을 쓴다.     


3.

 내게 주어진 시간이 다 지났을 때, 내 삶 역시 3분 30초의 뜨거웠던 싸움 같았기를, 내 삶 역시 뜨거웠던 한 권의 단행본 같았기를. 그렇게 호흡을 몰아붙이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 뜨거운 '몸'과 '글'이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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