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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진짜 자신감은 맞을 때 생긴다.

밎을 수 없다면, 때릴 수 없다.

삶에서 맞는다는 것 그리고 때린다는 것.

겁 많았던 나는 맞는 것에 익숙해졌기에 때릴 수 있었다. 맞는 것에 익숙해졌을 때 복싱에 익숙해져갔다. 삶도 복싱과 참 비슷한 것 같다. 삶을 잘 살기 위해서는 때리는 연습보다 맞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삶에서 때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자신의 의지대로 삶이 잘 풀린다는 의미일 게다.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고, 직장에서 승승장구하며 승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업이 잘 풀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일이 무엇이든 삶이 풀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게 되는 상황일 게다. 링에서도 그렇다. 신나게 때릴 때는 세계 챔피언도 때려잡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삶에서 맞는 다는 건 무엇일까? 자신의 의지대로 삶이 풀리지 않는다는 의미일 게다. 수십 번은 넘었을 법한 이력서에도 연락 한 통 오지 않는 상황. 직장에서 동료들의 승진을 뒤에 박수만 치느라 주눅 들어 있는 상황. 하는 사업마다 갖가지 문제가 발생 상황. 이처럼 거듭되는 실패 혹은 좌절에 이제 두려움과 절망감마저 드는 상황이 바로 삶에서 맞고 있는 상황일 게다. 링에서도 그렇다. 잔뜩 웅크려 한참을 맞고 있을 때는 ‘이대로 맞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과 ‘나는 복싱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구나.’라는 절망감이 찾아 든다.


 세상 사람들은 삶에서 때리는 것부터 하고 싶어 한다. 왜 안 그럴까? 맞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맞는 것은 아프다. 그래서 맞는 것이 두렵다. 그러니 링에서든 삶에서든 사람들은 먼저 때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리고 싶다면 먼저 맞아봐야 한다. 혹자들은 말한다. 때리는 경험 그러니까 성취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느냐고.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삶을 살아가는데 ‘난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만큼 중요한 덕목도 흔치 않으니까.



진짜 자신감은 맞을 때 생긴다.


하지만  먼저 맞아보지 않고 때리면서 쌓아왔던 자신감은 득보다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력서 한 번에 덜컥 취업된 학생의 자신감. 남들보다 먼저 승진했던 직장인의 자신감. 첫 번째 사업에서 성공한 사업가의 자신감. 이런 자신감은 얼마나 취약하고 또 위험한가. 그들이 가진 자신감은 ‘난 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자신감은 ‘세상 별 거 없네!’라는 자신감이다. 이런 자신감을 세상은 자만심과 교만함이라고 부른다. 운이 좋아 맞지 않고 때릴 수 있어 쌓았던 자신감은 없는 것만 못하다.


 진짜 자신감은 맞으면서 생기는 것이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에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내면이 단단해지는 것. 그것이 진짜 자신감이다. 자신감, 그러니까 스스로를 믿는 능력은 성취·성공의 경험이 아니라 실패·좌절의 경험을 통해 얻게 된다. 링에서 흠씬 얻어터지다보면 어느 순간 알게 된다. ‘씨바, 맞는 것도 별거 아니네!’라는 근성이 진짜 자신감이 된다는 걸. 또 그 뒤에 이어지는 ‘그럼 이제 내가 공격할 차례구나!’라는 확신이 바로 진짜 자신감이라는 걸.


 나는 여전히 맞는 것이 두렵다. 링에서 맞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맞는 것이 두렵다고 피하고 싶지 않다. 링에 올라선 이상 맞는 건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도 없고, 나도 언젠가는 때려보고 싶기 때문이다. 고백하자. 나는 여전히 실패와 좌절이 두렵다. 삶에서 실패하고 좌절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실패와 좌절이 두렵다고 그걸 피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언제나 내 깜냥 안에서 할 수 있는 성공과 성취를 이루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삶에서든 링에서든 맞는 걸 피하고 싶지 않다. 아니 기꺼이 맞는 연습부터 먼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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