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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포기할 필요 없다.

자력과 타력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무엇인가를 선택하며 살아왔다. 여기서 번뇌가 생긴다.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하나를 포기한다는 말이니까. 자신이 선택한 길 때문에 선택할 수 없는 길들을 마주할 때 크고 작은 후회가 찾아들게 마련이다.  번뇌는 언제나 포기한 것들에 대한 후회로부터 온다.  


 다행히도 나는 그런 번뇌가 없었다. 철학이 내게 삶의 진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길은 다른 길의 포기다." 이 자명한 삶의 진실을 받아들였다. 철학이 알려준 그 삶의 진실 덕분에 후회도 번뇌도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 때문에 선택하지 못한 길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나의 길을 선택하고 긴 시간이 지났다. 철학이 삶을 알려준 시간을 지나, 삶이 철학을 알려주는 시간에 서 있다. "하나의 길이 포기하게 만든 길은 결국 더 아름답게 펼쳐진다." 온 마음을 다해 선택한 길은 분명 그만큼의 어떤 포기를 초래한다. 하지만 그 포기는 영원한 포기가 아니다. 온 마음을 다해 선택한 길을 온몸으로 걸어갈 때, 나의 선택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길이 다시 열린다. 그것도 더 아름답게. 그것이 삶이 내게 알려준 철학이다.      


 하나의 선택은 하나의 포기가 아니다. 이것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는 그 하나의 선택이 그저 그런 선택이었으며, 그 선택을 그저 그렇게 걸어갔기 때문일 뿐이다. 온 마음을 다해 선택한 길을 온몸으로 걸어갈 때 하나의 길은 또 다른 길을 열어준다. 나의 선택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믿었던 바로 그 길 말이다. 그리고 그 길은 애초에 원했던 길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길로 찾아온다.       


 하나의 선택은 모든 것의 선택이다. 나는 계속 온 마음을 다해 온몸으로 나의 길을 걸어갈 테다. 그로 인해 포기해야 할 것이 있다면 기꺼이 포기하며 나의 길을 걸어 나갈 테다. 포기해야 할 것들을 진정으로 포기할 때 비로소 아무 것도 포기할 필요가 없게 된다. 포기했던 길은 다시 내 앞에 펼쳐지게 마련이니까. 물론 그 길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펼쳐질 수 있지만, 반드시 더 아름답게 펼쳐진다. 


 아무 것도 포기할 필요 없다. 그저 온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온몸으로 그 길을 걸어가면 된다. 그때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철학적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떤 것들의 포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인생의 선택이다." 미셸 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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