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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미신, 운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세계=연장, 지각=비연장

 인간의 ‘지각’은 중요해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몸’과 ‘인격’(마음)이 결정되기 때문이에요. 베르그손은 이 ‘지각’이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밝히고 있어요. 즉, 지각의 역사에 대해서 논의하려는 거죠. 이를 위해 먼저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부터 살펴봅시다. 세계는 연장(연결)인가요? 비연장(분절)인가요? 연장이죠. 우리가 볼 수 있든 없든, 세계의 모든 것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우리의 ‘지각’은 어떤가요? 우리의 ‘지각’은 연장(연결)이 아니라 비연장(분절)이죠. 우리는 각자 필요하거나 관심갖는 것만 ‘지각’하잖아요. 즉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 속에서 우리의 필요나 관심에 따라 특정한 대상만을 분절시켜 ‘지각’하게 되죠. 산과 바다와 나무는 모두 자연 안에서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요. 다만 우리가 그 연결에 대해 무관심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모두 분리된 존재처럼 보이는 것일 뿐이죠.

      


‘내부’와 ‘외부’는 없고, ‘부분’와 ‘전체’가 있다.


 그렇다면 ‘지각’은 가장 먼저 무엇을 분절할까요? 바로 ‘내부(나)’와 ‘외부(세계)’의 분절이죠. 세계는 모두 연장되어 있기에 그 세계를 ‘지각’하는 ‘나’ 역시 당연히 세계의 일부죠. 하지만 우리는 이 삶의 진실을 보지 못하죠. ‘나(내부)-세계(외부)’를 분리시켜서 ‘나’(내부)가 ‘세계’(외부)를 보고 있다고 믿죠. 내가 세계를 본다는 것 자체가 ‘나(내부)-세계(외부)’의 분리를 전제하는 거잖아요. ‘세계’는 ‘나’와 분리된 대상이다. 이것이 지각의 전제잖아요.      


 ‘지각’한다는 것은 ‘연결(연장)’된 세계를 ‘분절(비연장)’로 파악하는 거예요. 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죠. 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의 구성요소(산·바다·나무·모래·바람·비·꽃…)를 각자 분리된 대상으로 오해하죠. 이는 우리의 ‘지각이’ 비연장(분절)이기 때문에 발생한 오해인 거죠. ‘내부’와 ‘외부’라는 구별은 애초에 불가능하죠. 세계는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세계는 ‘내부’와 ‘외부’를 구별할 수 없는 하나의 전체일 수밖에 없어요. 이에 베르그손은 이렇게 말해요.      


내부와 외부의 구별은 부분과 전체의 구별로 귀결될 것이다물질과 기억』 앙리 베르그손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파악해 나가다 보면, 결국 “내부와 외부의 구별은 부분과 전체의 구별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요. 세계의 구별은 ‘내부-외부’가 아니라 ‘전체-부분’이에요. 세계 밖에 있는 것(외부)은 없어요. 모든 것이 연결된 세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전체니까요. 그러니 세계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의 구별은 ‘내부-외부’가 아니라 ‘전체-부분’일 수밖에 없는 거죠. 베르그손의 이러한 논의를 통해 신, 미신, 운명 같은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서 규명해 볼 수 있어요.      



신, 미신, 운명을 어떻게 이해할까?

 신, 미신, 운명 같은 것을 과도하게 맹신하는 이들이 있죠. 이는 결코 건강한 삶의 태도라고 말할 수 없죠. 신, 운명, 미신 같은 것들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요? 또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 걸까요? 세계는 자연이죠. 그러니 자연(전체)과 자연물(부분)이 있을 뿐, 자연밖에 존재하는 것은 없어요. 즉, 초자연적인 것은 없어요. 자연을 초월해 있는 외부 세계 같은 건 없어요.      


 흔히 사람들이 믿는 신이나 미신, 운명 같은 것은 초자연적인 것들이잖아요. 그것들은 모두 자연(세계)을 초월해 있는 외부에 있는 것들이 이잖아요.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자연을 초월해 있는 외부는 존재하지 않아요. 초자연적인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은 ‘내부-외부’의 구별을 전제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 전제가 이미 오류잖아요. 그러니 초자연적인 것들은 찾을 필요도 없고 휘둘릴 필요도 없어요. 그런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니까요. 신, 운명, 미신 같은 것들은 다 무의미한 논의인 거죠.     


 물론 가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나긴 하죠. 신께 기도를 드리니 병이 나았다거나 부적을 썼더니 재물이 들어왔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에요. 설사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세계(자연)를 초월한 어떤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건 아니에요. 어떤 신비한 혹은 불가사의해 보이는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자연(‘전체’) 안에 있는 ‘부분’들이에요. 즉 자연(‘전체’) 안에서 일어난 ‘부분’일 뿐이에요.     



 초자연적 현상(신·미신·운명…)들은 자연(세계) 안의 연결고리를 아직 규명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착시현상 같은 거예요. 다 자연 안에 있는 것들이에요. 다만, 자연 안의 연결고리 중 우리가 ‘지각’한(혹은 ‘지각’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고, 아직 지각하지 못한(혹은 ‘지각’할 수 없는) 연결고리가 있는 것일 뿐이에요.    

  

 간혹 ‘신의 음성을 들었다’거나 혹은 ‘귀신을 보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잖아요. 그들  대부분은 망상에 빠져 있거나 헛것을 볼 정도로 심약한 이들일 겁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분명 신비하고 불가사의한 어떤 것을 보았고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이 초자연적인 것(신·귀신)은 아니에요. 이는 특정한 장소에 강한 전자기장이나 저주파 소음 때문에 발생한 착시나 환청 현상이라는 게 밝혀졌죠. 이처럼 과학이 발전하면서 예전에는 신, 미신, 운명의 영역이라 믿었던 많은 ‘초자연’적 현상들이 사실은 모두 ‘자연’적 현상이라고 밝혀졌던 사례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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